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AG) 이후 처음으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에이스 허훈(상무)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AG 남자농구 중국과 8강전에서 70-84로 패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2014년 인천 AG 이후 첫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하지만 이날 패배로 아무 메달도 걸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가게 됐다. 한국 대표팀이 메달을 따내지 못한 건 지난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처음이다. 당시 대표팀은 세대 교체에 실패했고, 안일하게 팀을 구성했다가 '도하 참사'라는 오명을 썼다. 17년 만에 '참사'를 반복하는 불명예를 썼다.
누구보다 선수단 스스로 책임을 느낀다. 중국전을 마치고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허훈은 "경기가 아쉽게 끝났다. 이제 와 어떤 이야기를 해도 핑계밖에 안 된다"며 "AG을 준비하는 3개월 동안 선수들도 그렇고, 팀 전체적으로 '이게 맞나' 싶은, 아쉬운 순간들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한 명의 책임이 아니라 선수들도 그렇고, 대표팀 모든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양홍석(창원 LG)은 "공격에서 중국의 블록에 많이 막혔고, 우리 미스가 많았다. 우리는 넣고 싶은데 못 넣고, 상대가 득점을 가져가면서 경기가 벌어졌다"고 복기했다. 그는 "AG은 작은 대회가 아니다. 농구 대표팀에는 가장 큰 대회라고도 할 수 있다. (병역 문제가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동기 부여도 되고, 국가대표라는 자부심도 준다. 오늘 경기를 지면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패하게 돼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결국 핵심은 일정이었다. 한국은 지난달 30일 일본과의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77-83으로 패했다. 일본 대표팀의 2진 멤버를 상대로 단 한 번도 리드를 점하지 못하고 조2위가 됐다. 2일 바레인과 8강진출팀 결정전을 치렀고, 승리했으나 14시간 만에 아시아 최강 중국을 만났다. 체력적 한계가 분명했다.
변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제 어려움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양홍석에게 체력적 문제를 묻자 그는 "몸은 지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심적으로 14시간 만에 경기라는 걸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몸도 정신적인 부분에 많이 반응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허훈은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며 일정 문제를 구실로 삼지 않겠다고 했다. 허훈은 "우리가 잘 마무리했어야 했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며 "(중국 팀은) 높이도 정말 높고, 기술도 워낙 좋았다. 우리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고, 좀 더 발전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제대로 뽑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따른다. 이번 대표팀은 준비 과정에서 부상 선수가 나와 완전체 구성이 어려웠다. 대회를 앞두고 오세근(서울 SK), 최준용(부산 KCC), 문성곤(수원 KT), 송교창(상무) 등이 부상으로 승선하지 못했다.
부상을 회복하고 돌아온 선수도 있어 손발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 허훈은 지난달 23일 항저우에 들어왔을 때 "솔직히 선수들끼리 맞춰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시간도 부족했고, 부상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5대5도 간단하게 한 정도였다. 10명이서 제대로 운동해보지 못했고 솔직히 제대로 맞춰보기도 어려웠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구성도 문제였다. 빅맨들이 빠진 자리를 채우기 어려워 가드들로 대신했다. 불균형한 로스터에 맞는 전략을 찾지 못했고 결국 답답한 경기력과 전술로 이어졌다. 허훈은 "선수는 내가 뽑는 게 아니다. 감독님이 하시는 역할이다.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팀 분위기 자체는 어수선했다. 가드가 6명이 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