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 프로야구 SS G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0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6회초 무사 허도환이 동점을 만드는 솔로홈런을 치고 홈인하자 염경엽 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축하해주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LG는 경기가 없던 3일 2위 KT 위즈와 3위 NC 다이노스가 모두 패하면서 우승 매직 넘버를 모두 지웠다. 정규시즌 82승 2무 51패(승률 0.617)를 기록, 잔여 9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1위를 확정했다.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통합 우승을 이룬 LG는 지난 28년 동안 '무관'에 그쳤다. 올 시즌엔 달랐다. 투타 짜임새를 앞세워 지난 6월 27일 1위로 도약한 뒤 줄곧 선두를 지켜 대업을 이뤄냈다.
'2인자 징크스' 털어낸 염경엽
지난겨울 LG는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후임 사령탑으로 염경엽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선임되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염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2013∼2016년)와 SK(현 SSG 랜더스·2019∼2020년)에서 1군 사령탑을 맡았지만, LG가 원하는 '우승 경력'이 없었다.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더라도 매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 2인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도 있었다.
"프로야구 LG트윈스의 14대 감독으로 선임된 염경엽 감독의 취임식이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염경엽 감독이 김인석 LG스포츠 대표이사로부터 유니폼을 받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과 SK 와이번스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염경엽 신임 감독은 이번에 LG의 사령탑을 맡으며 3년간 연봉 총액 21억원으로 계약했다. 잠실=김민규 기자
LG는 염경엽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 3년 계약을 안겼다. 염 감독은 감독 취임식에서 '우승'이라는 단어를 10번이나 외칠 정도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빠르게 장악한 그는 이른바 '뛰는 야구'로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주전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악착같은 LG의 야구는 역전승 리그 1위(40승), 5회까지 뒤진 경기 승률 리그 1위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염경엽 감독은 최근 '우리는 밑에도 위에도 보지 않고 시즌 개막전부터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그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었다"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포기하는 경기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5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LG 선발 최원태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적극적인 전력 보강
LG로서는 지난 7월 26일이 고비였다. 수원 KT전을 패하면서 시즌 최다 5연패 늪에 빠졌다. 2위 SSG 랜더스와의 승차가 0.5경기까지 좁혀져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LG 프런트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선발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 7월 28일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로 토종 에이스 최원태를 영입했다.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 영입으로 막힌 혈이 뻥 뚫렸다"고 반색했다.
트레이드 과정에서 애지중지 키운 군필 내야 유망주 이주형(22),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지명한 투수 김동규(19), 2024년 신인 1라운드 전체 8순위 지명권을 키움에 넘겼다. 여러 팀이 물밑에서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다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LG는 달랐다. 외국인 선수 트레이드를 알아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카드를 맞췄다.
최원태 영입은 '메기 효과'를 만들어 냈다. 기존 선발 투수들이 각성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임시 선발로 투입된 이정용과 이지강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힘을 보탰다. 전반기 11승을 따낸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가 후반기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때마침 케이시 켈리가 안정감을 회복했다. 최원태 트레이드 후 LG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3.09로 리그 1위다.
2023 KBO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오스틴이 솔로홈런을 치고 홈인하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화룡점정' 오스틴과 김진성
LG는 매년 외국인 타자가 문제였다. 거물급 선수를 영입해도 성적이 기대를 밑돌았다. 지난해에도 리오 루이즈와 로벨 가르시아가 별다른 활약 없이 짐을 쌌다. 올 시즌엔 달랐다. 오스틴이 131경기에서 타율 0.310(497타수 154안타) 22홈런 9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결승타가 14개로 리그 공동 1위. 출루율(0.372)과 장타율(0.507)을 합한 OPS가 0.879에 이른다.
불펜에선 '애니콜' 김진성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진성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77경기에 등판, 20홀드를 쌓았다. 지난해 홀드왕 정우영, 구원왕 고우석이 부진과 부상에 허덕이는 동안 김진성이 중심을 잡았다. 순위 싸움이 치열해진 9월 이후 그의 평균자책점은 1.17에 불과하다. 이 밖에 2루수 신민재, 선발 투수 임찬규를 비롯해 개막전만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 '신바람 야구'에 날개를 달아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