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국인 투수 플럿코 선수의 부상 이슈가 길어지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 졌다. 팀과 선수의 생각이 다르다는데 문화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희생과 헌신을 요구할 순 있지만 비즈니스에서 분쟁의 해결은 제도와 계약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사진=김민규 기자
예전에 만난 외국인 투수 C는 자기 관리가 철저했습니다. 경기 전후 자신의 몸 관리부터 경기에 대한 진지함과 승부근성까지 모범적인 선수의 기준에서 빠질 부분이 없었습니다. 가끔 투쟁심이 끓어올라 거칠게 변하기도 했고, 자기 영역이 아닌 부분까지 컨트롤 하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C가 팔이 아파서 재활이 길어졌습니다. 회복됐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졌으나 C는 "완전하지 않다. 미국에 있는 주치의에게 자료를 보내 의견을 받겠다"라며 시간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선수와 팀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됩니다. C는 "내가 계속 야구를 하려면 건강한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몸에 문제가 있으면 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팀에선 "병원에서 괜찮다는데 우리나라 의학 수준을 못 미더워 한다. 팀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입장만 고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그때 그랬습니다.
제가 겪은 일이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화는 이미 올 시즌 초반 투수 버치 스미스와 비슷한 일로 줄다리기 하다 선수를 교체했습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LG 역시 에이스 아담 플럿코의 복귀 여부에 애가 탑니다. 골반 부상인 플럿코는 9월 하순 잠실구장에서 불펜 투구를 하며 재활의 끝을 알리는 듯 했으나 다시 빠졌습니다. '가을야구'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구단도, 팬도 조바심이 난 듯 합니다.
복귀를 재촉하고 압박하던 LG 염경엽 감독의 최근 인터뷰에는 체념의 뉘앙스가 읽힙니다. 염 감독은 2020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 때 투수 닉 킹엄의 장기 결장을 경험했기에 이번엔 배려냐, 결단이냐의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한 듯 싶습니다. 승리라는 목표, 팀 운영의 원칙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그럴 수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 입장은 어떨까요. '무리하다가 다음 시즌 못 뛰면 어떻게 보상받나'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할 부분입니다. 그에겐 몸과 건강이 최우선 가치입니다. 우승이 절대 가치일 순 없습니다. 부상 당하면 이듬해 계약이 불가능한 그에게 '왜 팀을 생각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몸과 건강 이슈를 놓고 워크 에식 (work ethic·직업 윤리, 맡은 일에 대한 성실성)이 나쁘다는 식으로 몰아가면 타협의 여지가 사라집니다. 사람의 판단, 행동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하나의 원인, 그것도 인성과 성향에 문제가 있다고 걸어 버리면 감정이 상하고 마음이 떠납니다. 그래서 리더의 메시지는 각 단계를 나눈 뒤 신중하게 하나씩 카드로 꺼내야 합니다.
외부로 알려져 오해의 말이 더해지면 일이 더 꼬입니다. 플럿코의 가족이 최근 공개한 소셜미디어(SNS)에는 일부 팬의 원색적 비난도 보입니다. 이들에게 가족은 야구보다 한참 더 중요한 가치이기에 가족이 상처받고 공격받는다고 느끼면 자기보호가 강해질 겁니다.
저도 지나보니 관점의 차이, 문화의 차이였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이 맞고, 다른 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그냥 양쪽 모두 자기 기준이 있고 납득할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쪽을 '나쁜 X'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부상 이전, 이후의 모습도 사람의 다면적인 측면으로 냉정히 지켜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팀 입장에선 이건 비즈니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팀 관계자도, 팬도 사람이기에 그를 아꼈던 우리 마음이 배신당한 것 같아 더 상처받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선의와 배려를 포함해 '그에게 준 게 많다'고 생각하는 것도 매몰 비용일 수 있습니다. 계약서를 따지는 외국인 선수에겐 통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워크 에식을 따지기 앞서 제도부터 빈틈을 메워야 합니다. 리그 차원에서 외국인 선수 계약서를 정교하게 수정해야 합니다. 분쟁과 오해를 푸는 방법입니다. 이번 케이스라면 '메디컬에 대한 의학적인 최종 소견은 국내 특정 병원의 판정을 따른다, 거부할 시 잔여연봉 지급하지 않는다’'같은 조항이 추가돼야 합니다.
외국인 선수와의 소통과 멘털 관리도 더 다듬어야 합니다. 부상 이슈를 다루는 감독·코치와 외국인 선수의 대화에 문제가 자주 생깁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맥락을 자르고 지시로 둔갑한 말이 칼이 됩니다.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고칠 건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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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