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VAR)으로도 오프사이드를 잡아낼 수 없었다. 최초 도입 시기 우려를 낳은 기술적 문제가 아닌, 심판들의 소통에서 나온 실수가 ‘오심’으로 이어졌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VAR 판독 관련 논란이 일었다. 사건은 지난 1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리버풀의 EPL 7라운드 경기에서 벌어졌다.
상황은 이렇다. 전반 34분 모하메드 살라의 스루패스를 받아 골망을 흔든 루이스 디아스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취소됐다. 해당 장면은 VAR까지 거쳤음에도, 원심이 유지됐다.
리버풀 입장에선 커티스 존스가 깊은 태클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한 상황에 터진 절호의 득점이었지만, 오프사이드로 아쉬움을 삼켰다. 그런데 해당 장면은 직후 팬들의 의문부호를 낳았다. 중계 화면을 통해 공개된 리플레이에선 디아스가 오프사이드를 범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리버풀은 득점 취소 직후 손흥민에게 실점했고, 전반 막바지 코디 각포의 동점 골로 응수했다. 하지만 후반전 디오고 조타마저 경고 누적 퇴장을 당했고, 후반 45분 내내 끌려다닌 끝에 추가시간 조엘 마팁의 자책골이 나오며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리버풀 입장에선 VAR 판독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는 이만큼 불공정한 경기를 본 적이 없다”고 분노했다. 당초 클롭 감독은 디아스의 득점 취소 장면보다, 조타의 퇴장 장면에 불만을 드러냈다. 클롭 감독은 “조타의 첫 번째 옐로카드 상황에서 그는 데스티니 우도지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조타의 잘못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디아스의 득점 취소 장면에 대해선 “그들(심판)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닌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EPL 프로경기심판기구(PGMOL)은 경기 직후 성명서를 통해 “토트넘-리버풀전 전반전에 중대한 실수가 나왔다. 디아스의 골은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는데, 이는 오류였다”면서 오심을 인정했다.
이에 리버풀은 “PGMOL이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서도 PGMOL에 당시 VAR 과정 중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한 녹음 기록을 요구했다. PGMOL는 지난 3일 해당 영상을 공개하며 사건의 경위를 가늠케 했다.
결과적으로 주심과 VAR 심판 간 소통 오류가 발생한 것이었다. 최초 디아스의 득점 당시, 주심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이후 VAR 심판이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를 통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독했다. 영상 속에서 ‘온사이드’임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문제는 VAR 심판의 발언이었다. VAR 심판은 “확인됐다. 좋다. 완벽하다”라고 전했다. 이를 전달받은 주심은 자신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맞다’라고 해석했다. 이후 경기는 속개됐다.
이에 경기 리플레이 관계자가 “기다려 달라, 온 필드 결정은 오프사이드였다. 이대로 진행돼도 괜찮은가”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VAR 부심은 “문제없다”고 했으나, 리플레이 관계자가 재차 상황을 설명하자 뒤늦게 VAR 심판과 주심에게 정정된 내용을 전했다. 리플레이 관계자는 거듭 경기를 멈춰달라고 요청했으나, VAR 심판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 PGMOL은 “해당 시점에서 경기를 중단할 수 있는지 고려했으나, 경기 규칙상 재중단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개입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PGMOL은 해당 경기의 VAR심판과 부심을 오는 주말 열리는 EPL 8라운드에서 제외했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