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잡는 아마추어’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첫 출전한 프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함께 아시안게임(AG)를 준비하던 아마추어 동생도 얼마 후 정규투어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프로 형들과는 달리 성적과 상금의 부담감이 없었던 두 아마추어 동생은 그렇게 프로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며 AG 금메달까지 따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조우영(22·우리금융그룹)과 장유빈(21)은 지난 2일 뒤늦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프로에 입회,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향했다. 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AG 국가대표에 뽑혔으나 대회가 1년 미뤄지면서 신분 유지가 어려워졌고, 이에 KPGA가 두 선수의 투어프로 자격 취득과 시드를 AG 종료 후로 유예하면서 프로 전향이 늦어졌다.
조우영·장유빈은 AG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예정대로 AG 직후 프로로 전향했다. 두 선수는 오는 5일부터 나흘간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파72)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투어(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5000만원)’에 출전, 코리안투어 공식 데뷔전을 치른다. 이젠 정식 프로 선수로서 프로 무대를 누빈다.
조우영은 “12년 만의 아마추어 생활을 정리하고 프로 첫발을 내딛는다. 아마추어 때 (프로 무대) 우승을 해봐서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만족할 만한 경기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우승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장유빈은 "(프로 신분으로 치르는) 첫 대회인 만큼 더 잘 치고 싶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두 선수는 AG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 무대를 누비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임성재·김시우 등과 짧은 시간 함께 생활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조우영은 “형들과 같이 방을 쓰면서 테크닉이나 (위기를) 헤쳐 나가는 방법, 저희가 가진 약점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었다”라며 만족해했고, 장유빈도 “같이 라면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라며 형들과의 생활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같은 프로 무대지만, 아마추어와 프로 신분으로 나서는 대회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성적과 상금이 공식적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기록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다. 우승을 한 번씩 맛본 만큼, 우승을 향한 조급함도 클 것으로 보인다. 금메달리스트라는 시선과 중압감을 이겨내는 것도 과제다.
이에 골프계 대선배이자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의 주최자 최경주는 두 후배들에게 “참고,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참고 차분히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출전하는 이형준, 허인회 등 선배들도 “실력이 좋으니 조급함만 버리면 잘할 것 같다”라고 격려했다.
선배들의 조언을 들은 두 선수도 마음을 다잡았다. 조우영은 “이제는 아마추어도, 학생도 아니다. 프로로서 책임져야 할 인성도 있다”면서 책임감 있는 프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장유빈 역시 “아마추어 때와는 (프로 생활이) 다를 것이다. 그래도 아마추어 때 프로 대회 경험을 많이 쌓았고 좋은 성적도 냈으니 그 느낌을 살리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힘줘 말했다.
두 루키들의 데뷔 무대가 될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주최자이자 한국 골프의 레전드인 최경주를 비롯해 ‘시즌 3승’ 고군택, ‘디펜딩 챔피언’ 이형준 등 쟁쟁한 선배들이 출전한다. 코스도 난도가 높다. 하지만 두 선수에겐 신인의 패기가 있었다. 조우영은 “프로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경쟁이고 이런 난코스에서도 장점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난도가 높은)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프로 첫 관문으로 제격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