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들을 대거 이끌고 출전한 야구 대표팀은 동메달에 그쳤고, 월드컵 등으로 상승세의 인기를 구가하던 축구도 준결승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연달아 패하며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농구도 남녀팀 모두 메달을 얻지 못했고, 1962 자카르타 대회부터 꾸준히 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자배구도 도하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남자배구만 유일하게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로부터 17년 후, 항저우에서 ‘도하 참사’가 재소환되고 있다. 남자축구만 결승전에 진출하며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배구와 농구에서 줄줄이 노메달 수모를 당하며 17년 전 참사를 재현하고 있다.
시작은 공교롭게도 17년 전 유일하게 금메달을 수확했던 남자배구였다. 남자배구는 지난달 22일 열린 12강 토너먼트에서 파키스탄에 셧아웃패를 당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남자배구가 메달 없이 대회를 마친 것은 무려 61년 만으로, 1966년 방콕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14회 연속 메달을 얻었으나 항저우에선 소득이 없었다.
농구에서도 노메달 수모가 이어졌다. 2014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의 금메달 탈환을 노렸던 남자농구는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덜미를 잡힌 데 이어 8강전에서 ‘강호’ 중국을 만나 패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도하 대회 전까지 13회 연속, 도하 대회 후 3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던 남자농구도 17년 만에 ‘도하 참사’를 재현하며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여자배구도 도하 참사를 소환했다. 조별리그에서 베트남에 덜미를 잡힌 여자배구는 8강 라운드에서 만리장성을 넘지 못하고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배구 역시 2010년 광저우 대회 은메달, 2014년 인천 대회 금메달에 이어 3회 연속 메달 행진을 이어왔으나, 항저우에서 다시 참사를 마주했다.
여자농구는 아직 희망이 있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북한과의 동메달 결정전이 남아있다. 5년 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해 은메달을 함께 했던 북한을 적으로 만났다. 여자농구는 이미 조별리그에서 북한을 81-62로 대파한 바 있어 유일한 메달 희망으로 남아있다.
야구 역시 위기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덜미를 잡힌 한국은 1패를 떠안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해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5일 일본전, 6일 중국전을 모두 승리한 뒤 대만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도하 참사 이후 3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며 AG 최강국으로 군림했던 한국이 17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다소 가혹하지만 프로스포츠는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과는 달리 결과로 말하는 스포츠다. 그동안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세계 무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시아 무대에선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AG에 임해왔다. 하지만 자만의 결과는 참혹했다. 이전보다 수준이 높아진 아시아 팀들의 벽에 막힌 채 ‘항저우 참사’를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