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훈(한국수력원자력)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다. 동시에 올해부터 양궁 국가대표 컴파운드 남자 대표 선수로 발탁됐다. 그는 매일 퇴근 후 2~3시간 정도 활시위를 당긴다.
주재훈은 "슈팅 타임이 굉장히 빠른 편이다. 일반 선수는 6발 쏘는데 15분 정도 걸리는데 저는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압축 훈련이다. 훈련 시간은 전혀 모자라지 않다"라고 했다.
'직장인 궁사' 주재훈은 소채원(현대모비스)과 짝을 이뤄 4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컴파운드 양궁 혼성전 결승에서 인도의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 조티 수레카 벤남에게 158-159로 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주재훈이 AG 은메달 획득까지 여느 선수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활시위를 당긴 전문 선수 출신이 아니다. 대학생이었던 2016년 우연한 기회에 경북 경산의 컴파운드 양궁 동호회에 가입, 활과 연을 맺었다. 재능을 보인 그는 태극마크에 도전장을 던졌다. 4전 5기 도전 끝에 마침내 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리고 항저우 AG을 나서려면 소집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1년간 무급 휴직계를 냈다.
주재훈은 "아마도 제가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 (주변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경북 울진의 지역사회 분들과 가족, 회사 관계자에게 감사드리고 이 영광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진급과 은메달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라는 말에 잠시 주저하던 그는 "(회사에) 죄송합니다. 은메달이 더 좋습니다"라고 빙긋시 웃었다.
세계 최강 실력을 자부하는 리커브와 다르게 컴파운드는 세계적으로 기량이 평준화돼 있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내기가 훨씬 어렵다. 주재훈은 "국제대회에 세 번 이상 나섰는데 매번 4등을 했다. 3위 안에 포함돼야 단체전을 뛸 수 있는데 (출전권을) 아쉽게 놓쳤다"며 "(AG은) 혼성 단체전, 개인전 출전 자격까지 얻어 '이건 정말 천운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국제대회에서 따낸 첫 메달이다. 가보로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찍부터 전문 선수로 뛰었으면 어땠을까. 주재훈은 "선수들의 스케줄이 군대식이더라. 처음부터 전문적으로 배웠다면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이어서 (기존) 선수들의 훈련 방법과 스타일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라고 답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주재훈은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고, 개인전에서는 동메달 결정전에 올라가 있다. 그는 "단체전 경기도 남아 있어서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아들을 둔 주재훈은 무급휴직 중이다. 아내의 허락이 없었다면 대표팀 생활도, 은메달도 불가능했다. '1년 연봉과 맞바꾼 메달 아닌가'라는 말에 "그런 셈이다. 하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 물론 와이프 생각은 좀 다를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아내가) 고생했다. 메달은 크게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상금은 모두 줄 것이다. 못난 남편 뒷바라지 해줘 고맙다"며 쑥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