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 통과 직전 세리머니를 하다 금메달을 놓친 대한민국 롤러스케이트 남자대표팀 국가대표 정철원(27)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했다. 정철원은 5일 자신의 SNS에 “아시안게임 3000m 단체전 결승 경기에서 결승 지점을 바로 앞에 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리머니를 했다”고 적었다.
이어 정철원은 “같이 경기를 했던 선수들과 국가대표 경기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저의 행동에 진심으로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다”며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로서 항상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철원은 지난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첸탄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000m 계주 결승에 마지막 주자로 나와 결승선을 앞두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우승 세리머니를 하다 대만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마지막 바퀴를 돌 때까지 한국은 선두를 달렸지만, 결승선 바로 앞에 다다르기 직전까지 대만의 추격이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 정철원의 '이른 세리머니' 사이 뒤따라오던 대만 선수는 스케이트를 밀어 넣었다.
경기를 마친 뒤에도 금메달을 확신하던 선수들은 태극기까지 준비하며 후속 세리머니까지 준비했지만, 공식 기록이 발표되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기록은 4분5초702, 대만은 4분5초692. 불과 0.01초 차이로 메달 색이 바뀌었다. 결승선 직전 세리머니 과정에서 두 팀의 운명이 갈린 것이다.
결국 금메달을 황당하게 놓치면서 선수들은 시상대에 오른 뒤에도 웃지 못했다. 정철원과 ‘막내’ 최인호(논산시청)의 병역특례 혜택 역시 날아갔다. 경기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세리머니를 하다 금메달을 놓친 행동을 두고 비판 목소리가 컸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 우승을 이뤄낸 대만 선수들에겐 박수가 쏟아졌다. 결국 정철원은 SNS를 통해 동료들, 그리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정철원의 이른 세리머니 탓에 ‘대표팀 막내’ 최인호는 병역 특례가 눈앞에서 날아갔다. 다음 대회부턴 롤러스케이트가 정식종목에서 제외될 예정이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한 병역 특례는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최인호는 그러나 대회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앞으로도 멋있게 살아가 보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SNS에 “큰 소망으로 여기던 저의 첫 번째 아시안게임이자 첫 시니어 국가대표가 막을 내렸다. 이번 아시안게임 준비 기간은 제가 매년 굴려오던 인라인 스케이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재밌고 설레고 또 많이 배웠던 기간이고 정말 뜻깊은 시간들이었다”며 “기책 또는 묘책들이 전혀 먹히지 않고 오로지 내 노력들로 운동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어서 내가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들이 많이 다가왔다”고 적었다.
이어 최인호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또 응원해 주시고 동료, 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이 잘 도와주고 이끌어주셔서 이렇게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앞으로의 저에게 당당할 수 있게 더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바퀴 신나게 굴리며 멋있게 살아가보도록 하겠다”고 적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정철원 등 이번 대회를 함께 한 대표팀 동료들의 사진도 함께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