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을 2-0으로 꺾었다. 이로써 B조 예선에서 대만에 당한 1패를 안고 올라온 한국은 종합 1승 1패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야구는 A, B조 상위 1·2 위 팀이 조별리그 성적을 안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해 성적이 가장 높은 상위 2개 팀이 결승에서 맞붙는다.
한국 선발 투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은 6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할 만큼 완벽투를 자랑했다. 1회 볼넷과 도루, 안타 허용으로 1사 1·3루에 몰렸지만 실점 없이 넘겼다. 경기 시작과 함께 찾아온 위기를 잘 넘긴 박세웅은 평소와 달리 큰 동작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경기 후 박세웅은 "가장 큰 위기였다. 일본 투수진이 좋기 때문에 1~2점 차 싸움을 예상했다. 그래서 '최소 실점하자'는 마음으로 던졌다. (1회) 점수를 주지 않아서 그런 세리머니가 나왔다"고 웃었다.
마운드에 박세웅이 있었다면, 타선에선 노시환(한화 이글스)이 있었다. 이날 결승타를 포함해 대표팀의 2타점(3타수 1안타)을 홀로 책임졌다. 4회 무사 1·3루에서 삼진으로 물러선 노시환은 6회 1사 1·3루에서 1타점 희생 플라이를 쳤다. 8회 2사 2루에선 쐐기 1타점 적시타를 뽑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시환은 "4회 찬스에서 너무 소심하게 대처했다. 그래서 6회, 8회 타석에선 '과감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쳤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두 선수가 느끼는 책임감은 매우 크다. 박세웅은 평균 나이 23.2세 대표팀의 맏형이다. 이번에 네 번째 태극마크를 달았을 만큼 국제경험이 풍부하다. 그러나 박세웅은 대회 첫 등판이었던 지난 2일 대만전 0-2로 뒤진 5회 문동주(한화)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5회 2사 만루 위기를 자초, 곧바로 교체됐다.
박세웅은 "당시 5회 말 수비를 마치고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맏형으로서 끝까지 책임지고 내려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분위기가 처지지 말아야 한다. 계속해 보자'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리그 홈런 1위' 노시환은 강백호(KT 위즈)의 부진 속에 3일 태국전부터 4번 타자를 맡고 있다. 이번 대표팀 타선이 유난히 약한 터라 그의 어깨가 더 무겁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뽑아 10타수 5안타 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노시환은 "타순에 관계 없이 한일전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중요한 역할을 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슈퍼라운드 1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이 결승에 진출한다면 경기는 폐막일 하루 전인 7일 열린다. 박세웅은 "고교 시절에는 투구 다음날에도 또 등판해서 공을 던졌다. (결승에 올라) 팀이 이길 수 있다면 (하루 휴식 후 등판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