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핸드볼이 아시안게임(AG) 3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본에 첫 금메달을 내주며 도전에 실패했다.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이끄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저장 공상대 체육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 항저우 AG 핸드볼 여자 결승전에서 19-29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1990년 여자 핸드볼이 정식 종목이 된 후 앞서 8차례 대회에서 7차례나 금메달을 땄다. 2014 인천 대회와 2018 항저우-팔렘방 대회까지 3연속 우승을 노렸으나 일본에 덜미를 잡혔다. 일본은 하드웨어에서 한국에 미치지 못했지만, 스피드와 조직력, 체력으로 한국을 눌렀다.
한국이 AG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10 광저우 대회의 동메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당시 대표팀 막내로 아픔을 겪었던 류은희(33·헝가리 교리)는 13년 만에 맏언니로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게 됐다.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류은희는 "많은 실점을 하고, 내가 실수를 많이 한 것 같아서 이기는 경기를 못했다. 너무 아쉽다"며 "언니들의 업적을 이어갈 수 있는데 내가 깨버린 것 같아서 많이 속상하다"고 했다.
류은희는 "경기 초반 골 차이가 많이 났다. 선수들이 자신감이 없어져 서로 미뤘다. 러닝부터 우리가 진 것 같다. 실수도 많았다"며 "일본이 협력 수비와 공의 길목 차단을 잘했다. 예전에 한국이 했던 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서 쉽지 않았다. 우리가 자멸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일본에 패배를 허용한 건 예상 밖의 일은 아니다. 한국은 2010 AG 패배 후 한일전 12연승을 달렸으나 최근에는 일본도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제19회 아시아 여자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34-29로 승리했고, 올해 8월 2024 파리올림픽 예선에서도 25-24로 겨우 승리했다.
류은희는 "일본이 많이 올라온 건 사실이다. 최근 우리가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 우리가 항상 뒷심이 좋아서 그걸 믿었다"며 "5~6골 차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선수들이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자신감을 많이 잃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눈가가 젖은 채 나타난 류은희는 "조금 울었다. 내가 최고참이었는데 역할을 잘 못한 것 같다. 항상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많이 삐걱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