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경기를 마치고 나온 세계 16위 태국의 부사난 옹밤룽판에게 안세영(삼성생명)과의 경기 소감에 묻자 한국어로 이렇게 답했다. 그는 "안세영은 최고의 선수"라고 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안세영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옹밤룽판을 2-0(21-12, 21-13)으로 눌렀다. 전날(4일) 압둘 라자크 파티마스 나바하(몰디브)를 21분 만에 제압한 안세영은 이날 역시 한 수 위의 전력을 선보이며 44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이번 대회는 3위 결정전이 열리지 않아 안세영은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안세영은 이날 경기 포함 옹밤룽판과 상대 전적에서 6승 무패를 기록했다.
웅밤룽판은 경기에서 졌지만 안세영과 맞대결을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했다. 한국 취재진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네며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 촬영까지 요청했다. 나란히 '손하트'를 완성하며 밝게 웃었다.
안세영은 이날 1세트 초반 2-2에서 8-4로 앞서며 경기를 주도했다. 이어 11-8로 먼저 브레이크 타임에 도달했다. 이후 점수 차를 점점 벌려가며 첫 세트를 따냈다. 2세트도 0-1에서 연속 6득점을 올려 기선을 제압했고, 14-10으로 쫓긴 상황에서 2점을 올려 승기를 잡았다.
안세영은 경기 후 "몸 상태가 80~90%까지 올라왔지만 무릎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아 걱정이다. 그거만 제외하면 다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옹밤룽판 선수는 경험과 노련미에서 나오는 볼 컨트롤과 기술이 굉장히 좋다. 다만 허벅지 상태가 좋지 않다. 빨리 컨디션을 회복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다시 봤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2관왕에 도전, 앞서 국제 종합대회의 아쉬움을 털겠다는 각오다.
안세영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AG 개인전 32강 첫 경기에서 패했다. 이어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는 천위페이와의 8강전에서 0-2로 패한 후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러나 이번 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1단식 주자로 나서 승승장구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배드민턴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우 29년 만에 기록한 여자 단체전 우승이다.
안세영은 "금메달이 생기니 '개인전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은 더 생긴다. 하지만 난 욕심 내면 잘 안되더라. 매일 말하지만,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안세영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올해 참가한 12개 국제대회에서 우승 8차례, 준우승 3차례, 3위 1차례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에서는 1996년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8월 들어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까지 치고 올라갔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선전으로 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고 있다. 그는 "'세계 1위답게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많이 온다. 그러면 아직 1위가 될 실력은 아니다고 답하면 '정말 재수 없어'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번 대회 야마구치(2위)와 타이쯔잉(4위·대만)이 탈락해 2관왕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다.
안세영은 6일 오전 10시 30분 허 빙자오(세계 5위·중국)와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상대 전적에서 허 빙자오를 상대로 5승 4패로 앞서 있다. 그는 "누가 올라오든 내가 연습한 대로 한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