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레터’, ‘4월 이야기’로 유명한 일본의 거장 이와이 슌지 감독이 신작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영화 ‘키리에의 노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와이 슌지 감독을 비롯해 일본 배우 아이나 디 엔드, 마츠무라 호쿠토, 히로세 스즈가 참석했다.
‘키리에의 노래’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됐다. 이 영화는 노래로만 이야기하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 자신을 지워버린 친구 ‘잇코’(히로세 스즈),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남자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 세 사람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들려줄 감성 스토리.
이와이 슌지 감독은 ‘4월 이야기’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형제나 동창처럼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 20여 년 만에 ‘키리에의 노래’로 초청받아 올 수 있어 반갑다”며 “어제 젊은 팬들과 만났는데 너무 반가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키리에의 노래’는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를 소재로 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센다이라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내 고향이 지진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계속 지진을 가까운 존재로 느꼈기 때문에 언젠가는 본업인 영화로 주제를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진이라는 것을 테마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진과 개인적 에피소드 그 사이에 있는 것을 바탕으로 제작하게 됐다. 피해를 받은 사람, 피해를 받지 않은 사람도 경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키리에를 연기한 아이나 디 엔드는 밴드 BiSH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로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연기에 도전했다. 연기뿐만 아니라 OST 작사·작곡에도 참여했다는 그는 “새벽에 기타를 들고 노래를 만들었다. 키리에는 노래 외로는 말을 못하는 역할이다. 비명에 가까운 방식으로 노래를 해야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 기술보단 영혼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감정의 극치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며 “모든 작업을 혼자서 했던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여러분에게 감정이 전달된다면 기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마츠무라 호쿠토는 갑자기 사라진 연인을 찾아 헤매는 ‘나츠히코’ 역을, 히로세 스즈는 잇코 역을 맡아 새로운 변신에 나선다. 잇코 역의 히로세 스즈는 “10대 때 다른 한국 영화제에 초청받은 적이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인으로서는 한 번쯤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히로세 스즈는 이와이 슌지 감독과 전작 ‘라스트 레터’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는 “‘라스트 레터’에서 감정이 너무 올라와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씬이 있다. 그때 감독님이 재난을 겪었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직접적으로 겪어보진 않았지만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많아졌던 게 생각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국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인기를 실감하는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SNS를 통해 응원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쁘다. 열렬하게 응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키리에의 노래’는 디렉터스 컷 버전으로 월드 프리미어 상영된 후, 오는 10월 정식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