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은 "무겁던데요" 병역은 "별 생각 없었어요"…'쿨한' 이강인이지만…"대표팀 첫 우승, 잊지 못할 것"[항저우 2022]
"너무 좋았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해서 처음 우승했다. 내게는 특별하고, 너무 좋은 추억과 경험이 될 거다. 잊지 못할 것 같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병역 혜택으로 더 높은 커리어를 향해 달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는 보상보다 정상에 선 그 순간에 대한 기쁨이 먼저라고 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남자축구 대표팀은 지난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황룽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2-1로 승리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AG 역사상 남자축구 종목 역사상 3회 연속 금메달을 수상한 건 이번 한국 대표팀이 처음이다.
이번 대표팀 소집에 가장 주목받은 선수가 바로 이강인이었다. 이날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선발 출전, 71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특유의 드리블은 물론, 세트피스를 맡으며 날카로운 킥을 선보였다. 직접적인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역대급 2선’을 꾸린 황선홍호에서도 이강인의 존재감은 빛났다. 전반 37분에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직접 일본의 골문을 노렸다. 후반 25분에도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일본의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강인의 존재감은 여전히 눈부셨다. 말 그대로 한 수 위 존재감이었다. 이강인은 71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뒤 안재준과 교체돼 임무를 마쳤다. 이번 대회 공격 포인트를 거두지는 못 했다. 완벽한 활약은 아니었지만, 매 경기 존재감은 분명했다. 현역 빅클럽 선수인 이강인의 존재만으로도 상대 팀들은 긴장을 숨기지 못했다. 번뜩이는 몇 차례의 플레이는 '역시'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강인은 "우승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팀 동료들, 그리고 코칭스태프 분들, 한국에서 많이 응원해주신 분들, 항저우까지 찾아주신 한국 팬분들께 너무나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강인은 "대회 매 순간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게는 너무 좋은 추억이었고,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의 축구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또 앞으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많이 배웠떤 것 같다"고도 했다.
황선홍 감독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이강인은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대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언론에도 좋지 않게 나가고, 많은 분들께 질타도 받으셨는데도 항상 선수들을 믿어주셨다. 선수들도 감독님을 항상 믿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 그리고 코칭스태프분들,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더 좋은, 더 많은 대회에서 대표팀을 우승시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71분을 뛰고 벤치에서 경기 후반부를 지켜봤던 이강인은 한국의 승리가 확정되자 누구보다 빠르게 피치로 달려나갔다. 이강인은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해서 처음 우승했다. 내게는 특별하고, 너무 좋은 추억과 경험이 될 거다.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떠올렸다.
정작 우승으로 오는 보상에 대해서는 쿨했다. 처음으로 목에 걸어 본 금메달에 대해 묻자 "무겁더라"라며 다소 시큰둥한 표정으로 "별다른 감정은 없다"고 말하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도 "(병역 문제가) 그렇게 큰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다. 축구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으면 선수 생활을 하면서 더 편리한 건 맞다. 하지만 모든 대한민국 남다르이 가야 하는 것이라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큰 감흥은 없다"고 했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뿐 아니라 소속팀의 경기, 대표팀 친선 경기를 뛰더라도 한 경기 한 경기가 내게는 많은 경험이 된다. 많이 배운다"며 "앞으로도 계속 많이 배울 거고, 많은 경험을 할 거다. 팬분들께서 내 상황이 안 좋아지면 안타까워하실 때도 있지만, 난 축구 선수로서 그런 때에도 많이 배우고 경험한다. 전혀 걱정하시지 않아도 좋다. 상황이 좋아지든 나빠지든 난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항상 노력하겠다. 지금처럼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