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실점에 쎄했다"면서 '동점골' 꽂아 넣은 깜짝 득점왕…정우영 "11골 감독님, 대단하단 걸 다시 느껴요" [항저우 2022]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항저우 최고의 골잡이로 즉위했다. 한국 대표팀 역사상 최고 골잡이였던 사령탑 황선홍 감독의 뒤를 잇는다 말해도 부족함 없는 활약이었다.
정우영은 지난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황룽스포츠 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천금 같은 동점골을 기록하며 팀의 2-1 역전승에 기여했다.
정우영의 득점 전까지 경기는 일본의 흐름이었다. 일본은 전반 1분 20초 만에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개인 기량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국 대표팀이었지만, 자칫 최근 한일전에서의 5연속 0-3 패를 떠올릴 수 있는 시점이었다.
그때 득점왕 정우영의 헤더가 터졌다. 정우영은 전반 27분 황재원의 크로스를 타점 높은 헤더로 연결하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결승전에서 벌어진 위기 상황에서, 흐름을 되찾는 득점이었다. 다시 여유를 찾은 황선홍호는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시종일관 일본을 압박했고, 후반 11분 조영욱의 역전 골까지 묶어 2-1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 무려 8호 골이었다. 그리고 그 골로 정우영은 독보적인 대회 득점왕 자리도 확정했다. 한 골 한 골이 소중했다. 조별리그 쿠웨이트전 해트트릭·16강 키르기스스탄전 멀티 골·4강 우즈베키스탄전 멀티 골에 이어, 결승전 동점 골까지 모두 순도 높은 득점이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역사에 이름 석 자를 남기게 됐다. 특히 사령탑이 1994년 히로시마 AG 득점왕 황선홍 감독이었기에 더 뜻깊은 활약이었다. 한국 선수가 AG 득점왕에 오른 건 1990년 서정원(4골) 1994년 황선홍(11골) 2018년 황의조(9골)에 이어 네 번째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 스트라이커가 될 기회가 아쉽게 날아갔지만, 정우영은 원래부터 어림도 없었다는 듯 웃어 보였다.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정우영은 "한 골 더 넣었다면 (황)의조 형 기록과 똑같았는데 쉽지 않았다"고 웃으면서 "비록 달성하지 못했지만, 팀 승리에 기여해 기분 좋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8번째 골이 우승으로 가는 결정적 한 방이었기에 의미가 더 컸다. 특히 1분 20초 만에 선제골을 내준 후라 자칫 분위기가 차갑게 식을 수 있었다. 조영욱(상무)처럼 "솔직히 '큰일 났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 우리가 조금만 더 냉정하게 한다면,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선수도 있었지만, 정우영은 조금 달랐다.
그는 웃으면서 "사실 (그때는) 솔직히 좀 쎄했다. 선제골은 늘 힘들고, 따라가야 한다"며 "힘든 부분도 있는데, 다 같이 모여서 하면서 할 수 잇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꼭 이길 수 있다고 서로 많이 말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그 위기를 정우영이 해결했다. 정우영은 "득점 후 동료들이 장난으로 '이번 골로 운을 다 썼다'고 하면서 많이들 '고맙다'고 말해주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의 11골 기록은 너무 높았다. 의조 형 기록은 노려볼까 했는데 쉽지 않았다. 한 번 더, 감독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고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정우영은 다른 축구 대표팀 선수들처럼 이번 우승으로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VfB 슈투트가르트에서 뛰고 있는 그로서는 소중한 선물이다. 유럽 리그에서 활약해준다면, 여러 팀들이 병역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 더 많은 구애와 기회를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우영은 "선수들끼리 병역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많이 꺼내지 말자고 했다. 이번 대회는 그저 국가대표를 달고 뛰는 것에 집중했다. 항상 영광스러운 자리다. 그런 부분을 (중점으로) 즐겁게 치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기에 오늘(7일)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형적인 골잡이가 아니었던 정우영에게 이번 AG은 여러 의미로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정우영은 "(원래 다득점하는 유형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뒤에서 선수들이 많이 믿어줬다. 또 더 많은 슈팅을 많이 때리라고 자신감도 줬다. 훈련할 때나 그런 때 많이 시도해보니까 감도 올라오면서 골을 많이 늘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대회 경험으로 독일 소속팀으로 돌아간 후 기량이 많이 늘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