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세이브 금자탑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답지 않았던 시즌 페이스, 하지만 결과는 역시 그다웠다.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은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 최종전에서 마지막 투수로 등판, 삼성의 4-3 승리를 지켰다. 8회 2아웃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9회 볼넷 2개와 파울 홈런을 허용하는 등 34구나 던지는 어려운 승부 끝에 세이브를 올렸다. 오승환은 시즌 30세이브와 함께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KBO리그 400세이브는 오승환이 최초로 달성했다. 리그에서 300세이브 고지를 밟은 선수도 오승환이 유일하다. 이 부문 2위 손승락(은퇴)이 271개를 기록했다. 현역 선수로는 정우람(한화 이글스·197개) 이용찬(NC 다이노스·156개) 고우석(LG 트윈스·138개)이 오승환의 뒤를 쫓고 있다. 1위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오승환이 6년간(2014~2019) 일본리그와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했음에도 그의 기록을 아무도 넘보지 못했다. 해외 진출 전까지 9시즌 동안 이미 277개의 세이브를 올리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떠났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구위와 돌부처 포커페이스가 돋보였던 오승환은 한국으로 돌아온 풀타임 첫해(2021년) 44개의 세이브를 작성하며 최고령 세이브왕에 등극하기도 했다.
KBO리그 컴백 후 ‘리그 300세이브’와 ‘한·미·일 500세이브’ 등 굵직한 기록을 세우던 그였기에 한국 무대 400세이브 달성도 순조로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는 발목 부상으로, 올해는 원인 모를 부진이 이어졌다. 시즌 초반엔 투구 페이스를 찾기 위해 프로 데뷔 처음으로 선발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고, 2군도 두 차례 다녀왔다. 오승환답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오승환은 오승환이었다.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의심을 이겨내며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던 그는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후반기에만 2점대 평균자책점(2.20)과 20세이브를 올리며 400세이브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는 지난 인터뷰에서 "지금의 나는 한 경기 안 좋을 때마다 나이에 대한 우려가 따라붙는다. 은퇴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매번 잘할 순 없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려고만 하니 아쉽다”라면서 “그럴수록 나는 내 일에만 집중했다. 반등할 거란 믿음이 있었고 (부진했던 전반기와)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나를 믿고 남은 시즌을 임하고 있다”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대기록 달성 후 오승환은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400세이브에 관해 부담을 느끼고 의식도 했다”고 털어놨다. 수많은 기록 중 400번째 세이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올해 고개를 들지 못할 성적을 올려 죄송하다”고 말한 그는 “(개인적으로) 남은 목표는 없다. 그저 팀이 승리를 많이 거두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