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의 꽃’인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체로 국민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막상 국감의 뚜껑을 열어보니 ‘맹탕 국감’을 넘어 ‘국감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맥 빠진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은 물론이고 은행장조차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은행권에서 각종 횡령과 비위 사건 등 금융 사고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이에 대한 문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기간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 차 모로코로 건너갔다.
17일 금융감독원의 국감에서도 은행권 수장들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의 하위 기관인 금감원 국감에서 금융권의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감 있는 자세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건너뛰게 된 셈이다.
대신 국민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횡령과 내부정보 거래 사건이 일어난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을 포함한 7개 은행의 준법 감시인을 증인 명단에 올렸다. 정무위원들이 은행권의 책임자가 아닌 준법 감시인을 상대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해 추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국감과 비교해도 올해는 ‘맹탕 국감’이 우려되고 있다. 그나마 5대 금융지주 회장 대신 은행장들이 모두 출석했던 2022년이었다. 높은 국민적 관심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증인 명단’은 윤석열 정부의 ‘관치 금융’과 연결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윤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이 증인으로 나서면 ‘관치 금융’에 대한 날 선 공세가 불 보듯 뻔한데 이를 의식해 빠졌다는 의견도 있다. 임종룡 회장은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고, 이석준 회장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다.
은행권의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해 비슷한 금융 사고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여기에 최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가계 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 하나같이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은 민감한 사안들이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들이다.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권 수장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마지막 기회가 남았다. 24일 종합감사 때 수장들을 소환할 수 있다. 적어도 국회의 정치적 계산이 아닌 금융권 수장들의 책임감 있는 해명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