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 김창훈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가 꿈이었어요. 첫 영화로 칸영화제에 가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화란’으로 이뤘네요.”
영화 ‘화란’의 김창훈 감독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칸영화제 초청 연락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마치 그라데이션처럼 처음엔 ‘와!’하고 환호하다 엉엉 울었다”고 털어놨다.
김창훈 감독은 ‘화란’의 시나리오를 모텔 아르바이트를 하며 썼다. 어떻게 하면 돈도 벌면서 글을 쓸 시간을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었다. 이때를 생각하면 ‘화란’이 칸영화제에 초대되고, 송중기 같은 거물 스타가 노개런티로 먼저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금의 상황이 꿈만 같다.
“당시엔 금전적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현실적으로 글에만 매진하기가 어려웠죠. 카운터에서 시나리오를 쓰며 여러 일을 겪었어요. 그러면서 주변 환경과 주변의 어른들이 내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감했고, 그런 이야기를 영화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화란' 김창훈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 감독에 따르면 ‘화란’은 폭력이 한 인간에게 미치는 방법을 그린 영화다. 폭력적인 환경, 뒤틀린 어른들이 한 사람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얼마나 위험하게 내몰 수 있는지를 풀어내고 싶었다.
“삶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한 개인이 A라는 결과를 바라고 어떤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면, 환경에 의해 Z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그 결과는 또 다시 환경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말아요. ‘화란’에 담고 싶었던 게 그거예요.” '화란' 김창훈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화란’의 주인공은 연규(홍사빈)다. 무엇 하나 친절하지 않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명안시에서 사는 연규의 삶은 위태롭다. 그런 연규를 어느 날 조직의 중간 보스인 치건(송중기)이 보게 된다. 연규를 통해 어린 시절 자신을 떠올린 치건은 그를 향해 손을 내민다.
분명 선의로 시작한 일이지만 결과는 오히려 안좋아진다. 연규는 나올 수 없는 폭력의 굴레에 휩싸이게 되고, 치건은 그 과정을 안타깝게 본다. ‘연규가 왜 이렇게 됐을까. 혹시 내가 손을 내밀었기 때문에 이 아이가 망가진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을 치건은 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의 결말이 저는 치건에게 구원이라고 봤어요. 치건은 폭력으로 점철된 명안시를 늘 벗어나고 싶어 했던 사람이니까요.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느낀 연규라는 아이가 명안시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것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겠죠. 연규와 치건은 어쩌면 서로를 비추는 거울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화란' 김창훈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송중기는 ‘화란’이 가진 힘을 일찍부터 알아본 배우다. 업계에서 돌던 시나리오를 보고 자신이 먼저 출연하고 싶다고 역제안을 했다. 자신의 출연료 때문에 영화가 가진 본연의 색이 사라질까 아쉬워 노개런티 출연이라는 큰 결정을 하기도 했다.
김창훈 감독은 “송중기가 출연 결정을 해준 것은 물론 부산국제영화제, 칸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아 간 것, 개봉까지 이른 그 모든 과정이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벅찬 감정”이라면서 “‘화란’에 큰 관심을 보여주신 만큼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 ‘김창훈’이라는 사람만의 색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