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 대표 3대 소속사로 불렸던 YG엔터테인먼트(YG)가 위기의 시기를 겪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9월 18일~10월 18일) YG의 주가는 7만8000원에서 5만6600원으로 약 27.43% 하락했다. 같은 엔터테인먼트 종목인 SM엔터테인먼트(-9.16%), JYP엔터테인먼트(-0.82%), 하이브(-3.1%)와 비교했을 때도 가파른 하락세다.
YG 주가가 이토록 요동치는 이유는 향후 소속사의 수익을 책임질 아티스트가 부재 중이기 때문이다. YG의 대표 그룹이었던 빅뱅은 뿔뿔이 흩어진 지 오래며, 유일하게 YG에 남아있던 멤버 지드래곤은 지난 5월 YG와 전속계약이 만료됐다. 이후 YG와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지드래곤은 10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워너뮤직 레코드 사무실에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지드래곤마저 YG를 떠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블랙핑크.(사진=연합뉴스)
현재 YG에서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그룹은 바로 블랙핑크다. 명불허전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블랙핑크는 2016년 데뷔 후 7년 동안 YG의 간판스타로 활약해왔다. YG의 수익도 블랙핑크 활동에 따른 의존도가 높기에, 지난 8월 YG와의 전속계약이 종료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블랙핑크 멤버들의 재계약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이 과정에서 제니와 지수의 1인 기획사 설립, 리사와 로제의 해외 음반사 이적 등 무수한 말들이 나왔지만 YG는 “재계약에 관해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블랙핑크 외 현재 YG의 대표 아티스트는 트레저다. 지난 7월 발매한 정규 앨범 ‘리부트’의 초동 판매량은 171만 여장을 기록했으며, K팝 가수 최초로 일본 첫 팬미팅 투어로 도쿄돔에 입성하는 등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악뮤도 발매하는 음악마다 차트 1위를 하는 등 대중성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막대한 팬덤을 유지하고 있는 블랙핑크의 수익을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트레저.(사진=IS포토)
실제 YG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88억 67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0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582억 6300만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8.2% 증가했다. 순이익은 271억 5800만원으로 215.9% 늘었다. 앨범·DVD 부문에서 블랙핑크가 71만장, 트레저가 7만장으로 62억원(+113.6%)을 기록했다. 콘서트 부문에서는 블랙핑크의 콘서트 12회(39만명) 및 코첼라 출연, 트레저 8회(8.6만명)가 반영돼 312억원(+681.0%)의 수익을 얻었다. 여기에 블랙핑크와 트레저의 공연 MD 매출과 3분기 블랙핑크의 일본 콘서트로 205억원(+630.9%)을 기록했다.
한 연예 관계자에 따르면 아티스트에게 가장 수익이 큰 활동은 앨범 판매량이 아닌 해외투어다. 방문 지역이 많고 높은 관객 수를 동원할수록 그 수익은 막대하다. 미국 연예 매체 올케이팝은 블랙핑크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해 총 180만 명의 관객이 모인 월드투어로 2억 6450만 달러(한화 약 3500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핑크의 재계약 여부와 재계약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기에, YG로선 데뷔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몬스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오는 11월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는 베이비몬스터는 YG 수장 양현석이 재판 와중에도 직접 팀을 진두지휘한 그룹이다. 한국, 태국, 일본 등 다국적 멤버로 구성됐으며 정식 데뷔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자체 콘첸츠를 공개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택했다. 구독자 수는 310만(19일 기준)명이며 조회수는 영상에 따라 수백만회에서 수천만회를 웃돈다. 이미 폭발적 반응을 이끌고 있는 베이비몬스터지만 신인 그룹인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때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거라는 현실적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베이비몬스터가 YG의 구원투수가 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YG의 양대축은 빅뱅과 블랙핑크였다. 이 공식이 깨지며 현재 위축된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다만 베이비몬스터는 늘 엄청난 성공을 거둔 YG의 3번째 걸그룹인 만큼 많은 음악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거 논란이 많았던 YG지만, 신선하고 좋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여왔기에 새로운 음악을 들고 대중에 선보인다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