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태생)와 기성세대의 가치관 차이가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사생활’ 개념이다. MZ세대는 회사 등 집단생활보다 사생활에 더 큰 가치를 두며, 상사 같은 기성세대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현상들이 현재 직장생활의 새로운 풍경과 트렌드를 만드는 한 요소이기도 하다.
생활체육에서도 2030세대의 이러한 특징이 뚜렷한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의 스포츠 커뮤니티나 동호회 활동에서 사생활은 터치하지 않은 채 담백하게 운동에만 집중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운동을 마친 후에는 뒤풀이 같은 집단 활동을 강요하지 않고, 또 운동하는 중에도 서로의 개인정보나 사생활 정보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는 걸 에티켓이라고 여기는 문화가 2030세대가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퍼지는 추세다.
50대 이상 기성세대가 많은 지역 운동 커뮤니티에 가입했다가 쏟아지는 ‘사생활 침해’ 사례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고통을 호소하는 젊은 세대의 사연을 흔히 볼 수 있다.
동네 문화센터 수영장에서 진행하는 강습 프로그램을 등록했더니 나이 많은 기존 회원들이 ‘우리는 원래 이렇게 한다’면서 간식비를 강제로 걷어갔다거나, 뒤풀이 참석을 강요했다거나, ‘결혼은 했느냐, 애는 있느냐’ ‘왜 이리 말랐느냐’ 등의 스몰토크 폭격이 마치 공격받는 느낌이었다는 사연들이다.
남성의 경우 동네 조기축구회에 찾아갔다가 어르신들의 뒤풀이 자리에 강제로 합류하고, 막내는 대세를 따라야 한다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원하지 않게 과음했다는 사연도 심심찮게 보인다.
MZ세대들은 대체로 운동을 시작하기 전 다양한 SNS 검색을 위주로 ‘조용히 운동만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인기가 많은 러닝 크루 중에는 오픈 톡방을 만들어 ‘언제 어디로 모여서 달립시다’라고 공지를 띄운 뒤 해당 장소에 모여 함께 페이스를 맞춰가며 달리고 러닝이 끝나면 그대로 헤어지고 톡방도 ‘폭파’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혼자 달리는 건 외롭고 무섭지만, 그렇다고 단체 생활을 강요받는 러닝크루에 가입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MZ세대들에게는 딱 맞는 형태다.
이처럼 사생활을 지켜주는 스포츠 동호회는 취향이 같은 이들이 모이되 낯선 이들과 에너지를 쓰면서 억지로 친밀해져야 한다는 심리적 장벽을 제거해준다. 물론 이런 활동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진 사람들과 추가로 모임을 만들거나 뒤풀이를 하는 건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개인주의 행태를 기성세대가 부정적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2030세대의 담백하면서 다양성을 중시하는 문화는 오히려 생활체육 진입 장벽을 낮추고 건강한 운동을 더 즐겁게 오래 할 수 있도록 하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젊은 세대들의 이러한 트렌드 덕분에 ‘MBTI 대문자 I형 인간(사회적으로 시끌벅적하게 어울리는 걸 힘들어하는 유형)’도 단체 스포츠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점차 자리잡고 있다. 또 생활체육으로 운동을 즐길 때 잘하는 사람, 적극적이고 사회성 좋은 사람들만 주도적으로 나서는 게 아니라 기량 발전이 더디거나 소극적인 사람도 충분히 부담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풍경이 만들어지는 건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