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만 없다면, 어떤 경기든 이길 수 있다.”
클린스만호의 무실점 승리를 이끈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베트남전 이후 이같이 말했다. 김민재는 다시 한번 ‘철벽’ 수비는 물론, 이번에는 직접 골까지 터뜨리며 팀의 대승에 기여했다. 경기 뒤엔 최우수선수(MOM)로 꼽히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평가전에서 6-0으로 크게 이겼다. 클린스만호는 출범 후 역대 최악의 출발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이날 승리로 최근 3연승을 질주했다. 10월 A매치 2경기에서만 10골을 몰아치는 화려한 공격력을 뽐냈다.
이날 골 폭풍의 서막을 연 건 다름 아닌 김민재였다. 그는 전반 5분 만에 이강인의 코너킥을 깔끔한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베트남 수비진이 전혀 그를 마크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프리 헤더 찬스였다.
이후 대표팀은 전반 28분 황희찬의 추가 골까지 나오며 일찌감치 앞섰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한 수 위 실력을 뽐내며 일방적인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후반에는 손흥민(토트넘) 이강인, 정우영(슈투트가르트)까지 득점 레이스에 합류해 대승을 일궜다.
후반전에도 공격적인 수비로 호평을 받은 김민재는 이날 75분간 활약한 뒤 김주성(FC서울)과 교체돼 임무를 마쳤다. 김민재는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고, 경기 뒤엔 MOM으로 꼽히며 10월 A매치를 마무리했다.
김민재는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원하는 방향대로 잘했다. 선수들이 모두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취재진이 ‘뮌헨 합류 후 더 실력이 늘었다는 평가가 있는데’라고 묻자, 그는 “그런 건 전혀 없다. 나폴리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하고 있다”라는 겸손한 답변을 전했다. 이어 최근 대표팀 수비에 대해선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격력은 굉장히 좋기 때문에, 수비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으면 어떤 경기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민재 역시 ‘강행군’을 소화 중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뮌헨이 얕은 중앙 수비수 선수층으로 고전하고 있는데, A매치 기간에는 파트너로 활약한 다요 우파메카노마저 3주가량 이탈한다. 이미 컵대회를 제외하고, 공식전을 모두 뛰고 있는 김민재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일정이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전에도 말했지만, 못 뛰어서 힘든 것보다 많이 뛰어서 힘든 게 낫다”며 “선수들 모두 힘든 상황 속에 뛴다.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김민재는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을 남겼다. 그는 “그동안 감독님들을 향한 좋은 여론이 있었나”라고 반문하며 “결과는 선수들이 만드는 것이다. 물론 감독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잘해서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한편 A매치를 마친 김민재는 소속팀 뮌헨으로 돌아간다. 복귀 후 첫 상대는 대표팀 동료 이재성이 활약하고 있는 마인츠다. 김민재는 “처음으로 맞이한 코리안 더비다. 큰 기대가 된다. 잘해서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마인츠와 뮌헨의 맞대결은 오는 21일 마인츠 메바 아레나에서 열린다.
▲다음은 김민재와의 일문일답.
- 10월 2연전 다득점으로 마무리됐는데, 베트남전 승리 소감은
원하는 방향대로 잘했다. 선수들이 모두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 바이에른 뮌헨 합류 이후 더 자신감이 붙었는지
그런 건 전혀 없다. 나폴리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하고 있는 거 같다.
- 수비가 든든해졌다는 여론이 있는데
좋게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도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공격력이 좋기 때문에, 실수가 나오지 않으면 어떤 경기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강행군으로 인한 체력적인 이슈는 있는지
못 뛰어서 힘든 것 보단, 많이 뛰어서 힘든 게 낫다. 선수들 모두 힘든 상황 속에서 하고 있다. 작년에도 나폴리와 대표팀 오가며 많이 뛰었다.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더욱 안 다치게 잘 괸리 해야 할 거 같다.
- 본인의 경기력 자평한다면
개인보단, 팀 전체가 좋았다. 실점 안했으니까. 좋은 결과라고 본다.
- 이강인과의 코너킥은 준비된 부분인지
세트피스 훈련 때부터 맞추고 있고, 또 (이)강인이가 워낙 킥이 좋아서 제가 머리만 대도 들어가더라. (손)흥민이 형의 킥도 마찬가지다.
- 1년 만의 A매치 득점 소감은
골을 잘 넣은 수비수는 아니라서, 골대에 머물기보단 세컨드 볼을 노리는 편이다, 이번에는 좀 저에게 맞춰진 전술이 있었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
-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7개월, 그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선
여론이 좋은 감독님은 없었던 것 같다. 결과는 선수들이 만들어 가야 하는 부분이다. 감독님의 역할도 중요하나, 선수들이 잘해서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 오는 21일 리그에서 마인츠 이재성과 맞대결을 펼치는데
처음으로 하는 코리안 더비라서 기대가 된다. 잘해서 경기 이기고 싶다.
- 왼쪽, 오른쪽 수비수 오가고 있는데 편해졌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폴리에서도 라흐마니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모두 소화했다. 어디서 뛰든 편하게 하고 있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