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감독은 18일 서울 용산구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라운드 미디어데이에서 “광주 팀도 성장했고, 우리 선수들도 많이 성장했다. 내 인터뷰도 많이 성장했다”고 말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정효 감독은 “여기에 시끄럽고 야단스럽게 올라왔다. 파이널A(K리그1 상위 6개 팀)에서도 시끄럽게 하고 싶다. 우리 팀이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조금 더 떠들어봐야 할 것 같다. 매 경기 시끄럽게 하겠다. 그래서 경기장에 오신 팬분들이 더 즐겁고 시끄럽게 응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참신한 각오를 밝혔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은 ‘주장’ 안영규와 함께 광주 팬이 모인 뒤쪽을 바라보며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인사했다. 이후 무대에 올라 파이널 라운드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광주의 K리그1 승격을 이끈 이정효 감독은 1부에서도 꾸준히 자기 색깔의 축구를 구사, 파이널 라운드 도입 전에 팀을 3위로 이끌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호성적을 예상했냐는 물음에 “이게 현실이다. 광주는 여기 오면 안 되는 거다. 이런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한 덕인 것 같다. 여기저기서 자극을 주기에 그런 게 동기부여가 됐다. 그래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선수들과 시즌 전에 도전해 보자고 약속했다. 그럼 목표에 있는 순위에 오를 거라고 했다. 약속을 지킨 것 같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강하게 말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근호(대구FC)에게 선배 지도자로서 조언을 할 때도 그의 입담은 빛났다. 이정효 감독은 “축구 스타일은 본인 색깔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캐릭터가 확실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인터뷰는 나를 닮지 말고, 본인의 색깔, 캐릭터를 확실히 가져가야 성공한다고 본다”며 센스 있는 조언을 남겼다.
아직 이정효 감독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앞선 33경기를 떠올린 그는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포항 스틸러스 첫 원정 경기였다. 울산 현대 원정 경기도 상당히 아쉬웠다. 그 경기 결과가 좋았다면 우리 팀 선수들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포항하고 울산에 졌던 게 가장 좋기도 하다. 많은 것을 수정해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 가장 꺾고 싶은 팀은 대구다. 이정효 감독은 “나는 대구가 가장 신경 쓰인다. 원정 경기이며 우리와 정반대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우리가 홈에서 두 번 졌다. 그래서 대구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구와 경기를 잘하지 못하면 목표에 다가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신경 쓰인다”고 경계했다.
화려한 입담으로 시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닌 이정효 감독은 큰 ‘리액션’으로도 주목받았다. 특히 지난 4월 16일 대구전(4-3 승)에서 먼저 3골을 넣고 내리 3골을 내준 뒤 표정이 화제였다.
올 시즌 누구보다 많은 ‘짤’을 만든 이정효 감독은 “대구전에 내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더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3골 넣고 3골 먹히고 마지막 골을 넣어서 역전했는데, 기분이 더러웠다. 이런 경기를 수도 없이 할 텐데 다음부터 이런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사진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라커룸에서 그동안 큰 소리로 질책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때를 떠올린 안영규는 “경기를 하면서도 걱정했다. 끝나고 생각한 것만큼의 질책은 아니었다. 너무 크게 생각하고 라커룸에 들어갔는데, 그것만큼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운동장에서 표현하시지만, 끝나면 그 정도는 아니라 괜찮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