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통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에 업계는 요금제 다변화로 화답했지만 스마트폰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상쇄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통신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0% 올랐다. 1990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높게 상승했다.
통신 물가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휴대전화료'와 '휴대전화기'다. 각각 31.2와 11의 가중치를 적용한다. '인터넷 이용료'가 5.1로 뒤를 이으며, '유선전화료'와 '휴대전화기 수리비'는 각각 0.6, 0.4였다.
통신 요금은 전년(0.4%)에 이어 0.2%의 상승세를 지속했다. 2년 연속으로 오른 것은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인터넷 이용료도 0.3% 뛰었다.
이통 3사는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고정비 절감 수요에 대응해 요금제 다변화 작업을 이행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4만~6만원대로 만나볼 수 있는 10~30GB 구간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데 이어 약정 부담을 없앤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선보였다.
올해는 데이터 무제한과 저가 상품 사이에 국민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충족하는 요금제를 추가했으며, 필요한 만큼만 데이터나 영상 통화를 옵션으로 붙여 합리적인 통신 생활이 가능한 솔루션을 앞다퉈 내놨다. 덕분에 3만원대에 5G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런 노력에도 통신 물가는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소비자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가격과 수리비 인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제 200만원은 줘야 좋은 스마트폰을 살 수 있는 시대"라며 "통신비는 올해까지 내려가는 추세이지만 저가 상품 고객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하는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했던 통신 상품과 달리 스마트폰 가격은 계속 올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통신 물가 중 휴대전화기 항목은 3분기 기준 3.5%나 올랐다. 통신 요금과 마찬가지로 1995년 이후 최대 폭 상승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업계에서 가격 정책에 변화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초 출시한 '갤럭시S21' 시리즈 가운데 기본형의 가격을 100만원 미만으로 책정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듬해 나온 '갤럭시S22' 기본형도 8GB 램·256GB 스토리지 모델이 99만9900원에 매대에 올랐다.
하지만 무리한 원가 절감으로 발열 이슈가 도마 위에 오르고,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몸값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왔다.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폰 신제품 가격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최근 일본 닛케이아시아가 업체의 도움을 받아 '아이폰15' 시리즈를 분해한 결과 프로 모델을 제외하고 부품 비용이 10%대로 올랐다. 하지만 애플은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 출혈을 감수하고 가격을 전작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올해는 타격을 입었지만 2024년에는 부품 비용을 고객에게 일부 전가할 것으로 추측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