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지하 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13블록 입주 예정자 A 씨가 긴 한숨을 쉬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설계·감리·시공 등의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고 발표한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지만, 시공사인 GS건설과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재시공 비용 부담을 둘러싸고 '네탓공방'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입주 시기 지연에 따르는 피해에 대해 충분한 보상과 상응하는 비금전적 지원까지 전향적으로 하겠다던 GS건설과 네 탓만 외치는 LH를 보고 있으면 속이 탄다"며 "한때 우리 사고에 관심을 가져주던 원희룡 장관은 왜 보고만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인천 검단 21블록 입주 예정자인 B 씨도 아파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21블록은 지난 6월 감리단에 의해 13개 동 중 4개 동의 지하 벽체 주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LH는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았음에도 언론 보도 이후에 입주민들에게 문자로 통보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파트에 정상적으로 입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LH는 보강공사를 주장하면서 재시공 의견을 낸 감리단장을 해임했다.
입주 예정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운 건 국토부와 LH의 태도다. 21블록 입주 예정자들은 국토부에 민원과 면담 요청을 했지만, LH로 이관되거나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태반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마치 폭탄을 돌리는 듯한 각 부처의 태도에 하루하루가 고통이라고 했다.
원희룡 장관을 향한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B 씨는 "검단신도시 아파트가 붕괴됐을 때 원희룡 장관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크게 화를 내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대를 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요즘 국토부 장관의 SNS에는 화려한 해외 순방 소식과 신도시 착공 소식만 가득하다. 서민들의 안전이 달린 부실시공 이슈는 좀처럼 꺼내지 않는다"고 탄식했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서민에게 '내 집'은 생에 가장 큰 꿈 중 하나다. 안정적인 내 집이 있어야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으며, 알토란같은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다. 인천 끝자락의 작은 신도시에 비로소 내 집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기뻐했던 입주예정자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불어나는 중도금 이자를 감당할 여력조차 없다.
원희룡 장관은 페이스북에 "국민안전이 최우선이다. 국토부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해왔다. LH와 대형시공사의 끝없는 공방과 국토부와 LH의 '폭탄돌리기'는 국토부 장관의 이런 뜻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제 입주 예정자들의 "원희룡 장관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라는 슬픈 외침에 장관이 직접 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