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23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NC 손아섭이 8회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린 뒤 기뻐하고 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NC 다이노스의 가을야구는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른바 '토털 베이스볼'이다.
NC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PS) 첫 3경기를 모두 이겼다.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었고,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1·2차전에선 SSG 랜더스에 승리했다. 25일 열리는 준PO 3차전마저 이기면 KT 위즈가 기다리는 플레이오프(PO) 무대를 밟게 된다.
포스트시즌(PS)이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NC의 전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NC는 정규시즌 최종 2경기를 모두 져 3위가 아닌 4위로 가을야구 문턱을 넘었다. 일찌감치 WC 결정전을 준비한 5위 두산과 희비가 교차했다. 사상 첫 WC 결정전의 '업셋' 제물이 될 수 있다는 예상까지 흘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투·타 짜임새가 기대 이상이다.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23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1회초 1사 1,3루 서호철의 희생타에 홈인한 마틴이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경기마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가 바뀐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 WC 결정전 MVP는 내야수 서호철이었다. 서호철은 0-3으로 뒤진 4회 말 역전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4타수 3안타(1홈런) 6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6타점은 역대 WC 결정전 한 경기 최다 기록. 준PO 1차전에선 0-0으로 맞선 8회 초 결승 대타 투런 홈런을 때려낸 김성욱이 MVP. 2차전에서는 5타수 3안타 2타점 활약한 박건우가 승리의 주역이었다. 박건우는 "경기마다 미쳐야 되는 선수가 나오는데 오늘은 나였던 거 같다. 다른 선수들도 잘할 수 있도록 격려 많이 하겠다"며 껄껄 웃었다.
'숨은 MVP'도 적지 않다. WC 결정전에서 포수 김형준(5타수 2안타 2홈런 4타점)이 멀티 홈런으로 화력을 지원했다. 준PO 1차전 선발 신민혁(5와 3분의 2이닝 무실점)은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8이닝 2실점)와의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2차전에선 리드오프 손아섭이 4출루 3득점, 두 번째 투수 최성영이 1과 3분의 2이닝 무실점 투구로 SSG 추격 흐름을 차단했다. 선발 송명기가 3이닝 만에 강판당했지만, 나머지 6이닝을 5명의 투수가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SSG랜더스와 NC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23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7회 말 1점차 추격 속에 수비를 하는 NC 선수들을 강인권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강인권 감독은 '가을 초짜'다. 선수나 코칭스태프로는 여러 PS을 경험했으나 감독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칠 거 같다. 잠도 안 오고 뭘 먹어도 먹는 거 같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승부사로 돌변한다. 선수단을 정확하게 파악 중인 강 감독은 적재적소에 선수를 넣고 뺀다. 상대 전적과 선수 컨디션을 두루 고려해 라인업을 운영한다.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며 긴장의 끈도 놓지 않는다. 강인권 감독은 "상황에 따라서 선택하는 것뿐이다. 그 선택을 선수들이 잘 이행해 주고 있는 거 같다"고 공을 돌렸다.
3년 만에 가을야구를 치르는 NC 선수들은 경기에 더 집중한다. 박건우는 "시즌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 팀은 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 얘기에 자극을 많이 받았다"며 "지금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선수들끼리 서로 칭찬을 많이 해준다. 부담이 덜하다. 상대 팀이 오히려 부담을 갖고 들어올 거다. 우리는 잃을 게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