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투수였던 제프 맨쉽. 맨쉽은 그해 12승을 따냈지만 이듬해 재계약하지 않았다. 그는 시즌 중 팔꿈치 부상 관련 공백기를 가지면서 구단과 보이지 않는 트러블을 겪기도 했다. 당시 맨쉽의 대리인은 보라스 코퍼레이션이었다. IS 포토
2017년 6월이었다.
당시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38)을 두고 골치가 아팠다. 팔꿈치 근육 부분 파열로 이탈한 맨쉽의 복귀가 더디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에이전트가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맨쉽의 에이전트에서 재활과 관련한 스케줄을 준다"며 "감독은 아쉽지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전트가 재활 치료에 관여하니 복귀 시점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구단 관계자는 "맨쉽의 에이전트 쪽에서 ITPInterval Throwing Program·단계별 투구 프로그램) 프로그램을 보내올 예정이다. 그러면 구단 트레이너랑 프로그램에 대해 상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맨쉽은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관리했다. 스콧 보라스는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슈퍼 에이전트. 지난해 제프 슈워츠(농구) 조엘 울프(야구)를 제치고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강력한 스포츠 에이전트'로 뽑혔다. 2019년 겨울에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포함, 대형 자유계약선수(FA) 이적을 진두지휘하며 계약 총액 10억 달러(1조3000억원)를 넘기기도 했다. 빼어난 협상력만큼 관리도 꼼꼼하다. 그만큼 선수들에겐 최고의 대리인이지만 구단으로선 다루기 쉽지 않은 거물이다. 이런 이유로 KBO리그 몇몇 구단은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 외국인 선수 영입을 꺼리기도 한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인 에릭 페디. 페디는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타구에 팔뚝 부위를 맞았다. 그 여파로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포스트시즌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페디의 대리인은 보라스 코퍼레이션이다. 잠실=차승윤 기자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NC)의 복귀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6년 전 맨쉽의 사례가 재조명된다. 페디는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인 지난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타구에 맞고 교체됐다. 민감한 팔뚝 부위를 직격당했는데 검진 결과는 단순 타박상. 몸 상태와 등판 간격을 고려해 와일드카드(WC) 결정전 엔트리에선 빠졌다.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3차전까지 등판이 불발됐다.
강인권 NC 감독은 준PO 2차전에 앞서 3차전 선발로 페디를 예고했다가 2차전이 끝난 뒤 태너 털리로 바꿨다.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낀 페디가 병원 진료(23일)를 받으면서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임선남 단장은 "(인천에서) MRI(자기공명영상)까지 찍었다. (현재 상황에서) 더 이상 검진은 예정에 없다. 선수가 어떻게 (부상 부위를) 느끼는지 컨디션을 보고 등판 날짜를 확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페디의 복귀가 다소 더디게 진행되면서 그가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페디를 담당하는 에이전트는 이정문 보라스 코퍼레이션 한국총괄 이사로 그는 과거 NC에서 통역 업무를 맡기도 했다. 6년 전 맨쉽처럼 에이전트에서 재활 치료에 관여하는 건 없을까. 임선남 단장은 "에이전트 쪽에서 재활 치료를 간섭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구단에 완전히 일임했다고 보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