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남자 론볼 준결승전에서 경기 후 악수를 나누는 임천규(왼쪽)와 황동기(오른쪽).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메달이 걸린 경기에서 ‘집안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메달도 확보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기분 좋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장애인아시안게임(APG)이 한창인 중국 항저우에서도 이러한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론볼과 보치아 준결승에서 집안싸움이 펼쳐진 것. 결승행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선수는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치면서도, 승부 후엔 결승과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한 서로를 격려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원후이 스쿨 론볼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론볼 남자 B6 준결승에선 APG 첫 금메달을 노리는 황동기(전남장애인론볼연맹)와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임천규(부산장애인론볼연맹)의 맞대결이 열렸다.
25일 남자 론볼 준결승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임천규(왼쪽)와 황동기(오른쪽).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아시아 최강’ 론볼 대표팀답게 두 선수의 싸움은 치열했다. 론볼은 2시간 15분의 경기 제한 시간을 기준으로 한 점수로 승부를 가린다. 하지만 두 선수는 그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8엔드에서 16-18로 뒤지던 황동기가 마지막 공으로 2점을 올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엔드였던 19엔드에서 황동기가 3점을 얻어 결승에 진출했다.
한 명은 결승, 다른 한 명은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하는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 속에서도 두 선수는 밝게 웃었다. 준결승전이 열리기 하루 전 저녁에 저녁을 함께 했다는 두 사람은 "부담 없이 하자", "(공이) 잘 들어가는 사람이 결승에 가자"며 명승부를 다짐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황동기의 결승 상대는 중국의 쉬융강으로, 이번 대회에서 임천규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선수와 맞붙었다. ‘동생’ 임천규는 “복수”를 부탁했고, ‘형’은 굳은 마음으로 동생의 복수전에 나섰다. 그리고 황동기는 쉬융강을 13-11로 누르고 첫 APG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천규는 “형이 복수해줘서 고맙다. 한국이 금메달 따서 다행이다”라며 고마워하기도 했다. 임천규도 동메달 결정전에서 비츠양(홍콩)을 18-9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25일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보치아 준결승에서 맞붙은 최예진(왼쪽)과 강선희(오른쪽). 사진공동취재단
같은 시간 보치아 경기장에서도 한국 선수간의 경기가 열렸다. 여자 BC3 개인전에서 최예진(충청남도청)과 강선희(광주장애인보치아연맹)가 맞붙어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경기는 최예진이 5-1로 승리로 끝이 났다. 1엔드에서 3득점한 최예진은 2, 3엔드에서 1점씩 추가하며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강선희는 “아쉬웠지만 한국 선수가 결승에 올라간 거라 아쉬운 점은 따로 없었다”라며 최예진의 선전을 응원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두 선수는 결승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결승전에서 중국의 양 베이베이에게 2-3으로 패한 최예진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선희는 태국의 클라한 라다마니에 2-4로 지며 4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