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이 걸린 경기에서 ‘집안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메달도 확보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기분 좋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장애인아시안게임(APG)이 한창인 중국 항저우에서도 이러한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론볼과 보치아 준결승에서 집안싸움이 펼쳐진 것. 결승행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선수는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치면서도, 승부 후엔 결승과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한 서로를 격려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원후이 스쿨 론볼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론볼 남자 B6 준결승에선 APG 첫 금메달을 노리는 황동기(전남장애인론볼연맹)와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임천규(부산장애인론볼연맹)의 맞대결이 열렸다.
‘아시아 최강’ 론볼 대표팀답게 두 선수의 싸움은 치열했다. 론볼은 2시간 15분의 경기 제한 시간을 기준으로 한 점수로 승부를 가린다. 하지만 두 선수는 그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8엔드에서 16-18로 뒤지던 황동기가 마지막 공으로 2점을 올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엔드였던 19엔드에서 황동기가 3점을 얻어 결승에 진출했다.
한 명은 결승, 다른 한 명은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하는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 속에서도 두 선수는 밝게 웃었다. 준결승전이 열리기 하루 전 저녁에 저녁을 함께 했다는 두 사람은 "부담 없이 하자", "(공이) 잘 들어가는 사람이 결승에 가자"며 명승부를 다짐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황동기의 결승 상대는 중국의 쉬융강으로, 이번 대회에서 임천규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선수와 맞붙었다. ‘동생’ 임천규는 “복수”를 부탁했고, ‘형’은 굳은 마음으로 동생의 복수전에 나섰다. 그리고 황동기는 쉬융강을 13-11로 누르고 첫 APG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천규는 “형이 복수해줘서 고맙다. 한국이 금메달 따서 다행이다”라며 고마워하기도 했다. 임천규도 동메달 결정전에서 비츠양(홍콩)을 18-9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같은 시간 보치아 경기장에서도 한국 선수간의 경기가 열렸다. 여자 BC3 개인전에서 최예진(충청남도청)과 강선희(광주장애인보치아연맹)가 맞붙어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경기는 최예진이 5-1로 승리로 끝이 났다. 1엔드에서 3득점한 최예진은 2, 3엔드에서 1점씩 추가하며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강선희는 “아쉬웠지만 한국 선수가 결승에 올라간 거라 아쉬운 점은 따로 없었다”라며 최예진의 선전을 응원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두 선수는 결승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결승전에서 중국의 양 베이베이에게 2-3으로 패한 최예진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선희는 태국의 클라한 라다마니에 2-4로 지며 4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