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초짜' 강인권(51) NC 다이노스 감독과 '우승 사령탑' 이강철(57) KT 위즈 감독이 한국시리즈(KS)로 가는 길목에서 만났다.
오는 30일 시작하는 KBO리그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에선 NC와 KT가 맞대결한다. 정규시즌 4위 NC는 와일드카드(WC)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준PO)를 거쳐 PO에 올랐다. 2위로 PO 직행 티켓을 따낸 KT는 지난 10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며 가을야구를 준비했다. 두 팀의 정규시즌 맞대결 성적은 10승 6패로 KT가 앞선다.
감독의 지략 대결이 흥미로울 전망이다. 부임 첫해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강인권 감독의 '용병술'이 기대 이상이다. 포수 출신인 그는 경기 흐름을 빠르게 읽는다. SSG 랜더스와의 준PO 1차전에선 8회 김성욱의 대타 투런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다. 2차전에서는 두 번째 투수 최성영으로 상대 추격 흐름을 끊었다. 전력상 열세로 평가받은 준PO에서 대타 기용과 불펜 총력전으로 시리즈 스윕을 만들어 냈다.
강인권 감독은 포스트시즌(PS) 첫 4경기 선발 라인업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1루수의 공·수 비중에 따라 오영수와 도태훈을 번갈아 가면서 투입한 걸 빼면 고정 라인업에 가까웠다. 흐름이 괜찮다고 판단하면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선발 포수로 베테랑 박세혁이 아닌 프로 6년 차 김형준을 기용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다. 불펜에선 왼손 김영규와 오른손 류진욱이 PS 4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자칫 혹사 논란에 휩싸일 수 있지만 그만큼 승기를 잡으면 모든 걸 쏟아붓는다. 강인권 감독은 "(가을야구를 치르면서 경험이) 쌓이고 있는 거 같다. (PS을) 선수 때도, 코치 때도, 수석 코치로도 해봤는데 긴장도는 확연하게 다른 거 같다"며 "경기 운영하면서 시야가 조금 넓어지는 거 같다. 스스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험이 풍부하다. 2019년 KT 지휘봉을 잡은 뒤 만년 약체였던 팀을 강팀으로 탈바꿈했다. 2020시즌 첫 PS 진출에 이어 이듬해에는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명장 반열에 올랐다. 올 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당하는 악재 속에 6월 초 꼴찌까지 처졌다. 토종 에이스 소형준이 팔꿈치 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다. 타선에선 배정대와 박병호, 황재균, 강백호 등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KT 승률이 한때 3할대까지 떨어져 위기론이 급부상했다. 하지만 빠르게 팀을 추슬러 반등을 만들어 냈다. 선제 득점을 올렸을 때 승률이 0.785로 리그 1위. 통산 152승을 기록한 투수 출신답게 짜임새 있는 마운드 운영이 돋보인다. 이강철 감독의 강점은 단기전인 PS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PO를 앞두고 큰 선물도 받았다. 지난 11일 계약기간 3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6억원)에 재계약하며 2026년까지 팀을 이끌게 된 것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2주 이상 PO를 대비했다. 외국인 원투 펀치(에릭 페디·태너 털리)가 삐걱거리는 NC와 달리 웨스 벤자민과 윌리엄 쿠에바스가 건재하다.
이강철 감독은 "PS에서 NC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공수에 걸쳐 짜임새가 있는 팀이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고 준비한 대로 경기에 임하겠다"며 "정규시즌에 위기도 있었지만, 선수단 모두가 '원팀'으로 뭉쳐서 극복하고 PO에 직행했다. 정규시즌 동안 보여준 경기력과 끈끈함을 보여드리겠다. 2년 전처럼 팬들과 함께 다시 한번 최고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냈다.
한편 KT 강백호는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치른 청백전에서 5번 타격을 하다 옆구리를 다쳤다. 강백호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고, 정밀 검진 결과 우측 내복사근 파열 진단이 나왔다. 이강철 감독은 "근육이 찢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하더라. 올해 PS에 출전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