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눈을 반짝이면서 시청했던 ‘인생 만화’ 한 편쯤은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요?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세계관이지만, 만화 속 인물들과 스토리에 우리의 삶은 더 즐거워지거나 위로를 받기도 하죠. ‘더쿠미’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르의 만화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이름이 불린 순간, 난 이미 사랑에 빠져있었구나.”
첫 만남부터 느껴진 ‘첫사랑’의 감정. 그 짧은 찰나에 심장을 한가득 팽창시킨 이 미묘한 느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조바심을 내지 않고 조용히 기다린다. 그리고 되뇌인다. 내 마음이, 언젠가 너에게 닿기를.
‘너에게 닿기를’은 2005년 일본의 출판사 슈에이샤를 통해 처음 연재된 만화다. 1권부터 완결 30권까지의 누계 발행 부수가 3600만 부를 돌파하며 일본 순정만화 중에서 손에 꼽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2010년에는 일본의 레전드 만화인 ‘원피스’, ‘강철의 연금술사’, ‘나루토’ 다음으로 원작의 미디어 믹스 매출액 순위 5위까지 기록했다. 만화를 보지 않은 일반인들도 ‘너에게 닿기를’ 제목을 알 정도로 열풍이 불었다.
쿠로노마 사와코는 조용한 성격과 차가운 인상 때문에 늘 ‘귀신을 볼 줄 안다’ ‘저주를 부린다’와 같은 이상한 소문에 시달린다. 하지만 동급생들이 꺼려하는 궂은 일들을 늘 도맡아 하는 착하고 순수한 심성을 가졌다. 반면 사와코와 정반대로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인 카제하야 쇼타는 모두에게 다정한 모습에 어딜가나 친구들에게 둘러싸이는 인기 학생이다. 절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사와코와 카제하야는 이미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다만 청춘이 으레 그러하듯, 첫사랑의 감정을 쉽게 자각하지 못한다.
사와코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는 카제하야를 통해 서서히 변화한다. 먼저 용기내서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진짜 속마음을 고백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카제하야를 알게 된 이후부터 항상 자신의 편이 돼주는 친구들도 생긴다. 카제하야 또한 사와코를 보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아간다. 누구에게든지 똑같이 관심을 기울이고 친절했던 그가 사실은 사와코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아직도 순정만화 명작으로 꼽히는 ‘너에게 닿기를’은 모든 장면과 대사 하나하나까지 설렘으로 다가온다. 단 순정만화 장르에서 흔히 그려지는 삼각관계가 아닌 초반부터 이미 정해진 상대와 관계 변화에 치중됐다.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며 가까워지는 사와코와 카제하야, 그리고 치즈루와 아야네등과 함께 만드는 우정 등 10대에 찾아오는 세밀한 감정이 명확하게 그려진다. 때로는 이 무자극의 전개가 다소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너에게 닿기를’ 주제가 사와코의 성장 스토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더딘 속도마저 흥미롭게 느껴진다. ‘아, 나도 그랬지’라며 서툴렀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말이다.
‘너에게 닿기를’은 내년 시즌3로 돌아온다. 이미 2011년 시즌2까지 공개됐던 ‘너에게 닿기를’의 뒷 이야기가 새롭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완결된 작품이 12년 만에 다시 새 시즌으로 제작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너에게 닿기를’의 인물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서로의 마음이 맞닿은 사와코와 카제하야를 보며 작은 위로를 받고 싶은지도 모른다. 행복한 결말을 맺은 두 사람과 달리, 끝내 내 마음이 닿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