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이 뛰어야 할 축구 경기에 ‘12명’이 뛰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에 몰수패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에서 1-1로 비겼다.
이 경기에서 6분간 포항 선수 12명이 뛰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북이 ‘몰수승’을 거둘 가능성이 생겼다.
포항은 전반 26분 풀백 김용환이 전북 수비수 김진수와 몸싸움을 하다 넘어졌고, 발목 통증을 느껴 카트에 실려 나갔다. 포항은 다친 김용환을 빼고 풀백 신광훈을 넣으려 했지만, 교체 보드에는 김인성의 등번호인 7이 적혀 있었다. 신광훈이 그라운드에 들어가고, 김용환이 아닌 김인성이 벤치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어수선한 분위기 속 김인성은 그대로 피치를 누볐고, 교체 투입 예정이었던 신광훈도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용환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라 11명이 뛰었지만, 기록상 포항 선수 ‘12명’이 뛰게 된 것이다. 무려 6분간 이 상황이 지속됐고, 전북 벤치가 심판진에게 항의한 후에야 주심이 경기를 멈췄다. 결국 교체 아웃되기로 한 김인성이 뒤늦게 나갔고, 포항이 전반 32분 김용환과 김승대를 뒤늦게 교체하며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애초 김용환과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신광훈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다. 포항 벤치의 실수와 이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심판진의 불찰 탓에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본지를 통해 “잘못된 선수 교체 부분에 관해 프로축구연맹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에는 ‘공식경기에 무자격 선수가 출장한 것이 경기 중 또는 경기 후 발각되어 경기 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상대 클럽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경우,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클럽이 0-3으로 패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됐다.
기록상 교체 아웃된 김인성이 ‘무자격 선수’에 해당하느냐가 관건이다. 전북의 항의가 받아들여지면 포항은 0-3 몰수패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두 구단, 심판, 경기감독관 보고서 등을 받아 경기평가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검토할 예정이다. 해외 사례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도 참고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9월 18일 펼쳐진 광주와 제주의 K리그1 30라운드(1-1 무) 경기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이 경기 후 제주는 광주가 정해진 선수 교체 횟수를 초과했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프로축구연맹은 검토 끝에 광주의 몰수패를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