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과 함께 한 금메달리스트부터 은퇴 무대를 금메달로 장식한 유도 선수까지,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APG)에선 다관왕과 함께 다양한 스타가 탄생했다.
사이클의 김정빈(스포츠등급 B·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첫 3관왕에 올랐다. 시각장애(MB) 종목 4000m 개인 추발과 18,5km 도로독주, 69km 개인도로 경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각장애 선수 김정빈은 비장애인 경기파트너인 윤중헌(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과 함께 달렸다. 2인승 자전거(탠덤 사이클) 위에서 앞에 탄 윤중헌이 핸들을 쥐고, 김정빈이 뒤에서 함께 페달을 밟으며 금빛 질주에 나섰다.
윤중헌의 본업은 소방관(남양주소방서)으로, 비번인 날을 쪼개 김정빈과 함께 훈련하고 국제대회에 나섰다. 김정빈은 밴드에서 기타를 친 특이한 이력이 있다. 소방관과 기타리스트의 이색 조합, 비장애인과 장애인 선수가 합작한 메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김진혁 선수단장은 김정빈과 윤중헌을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꼽았다. 김 단장은 “(경기장이 멀어) 선수촌 밖에서 생활한 두 선수는 뜨거운 날씨에서도 3관왕에 올랐다. 비장애인 파트너와 합작한 성과라 의미가 깊다”라며 두 선수의 활약을 칭찬했다.
탁구에선 서수연(스포츠등급 CLASS2·광주광역시)이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여자 단식(TT2) 결승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서수연은 이미규(CLASS3·경북장애인체육회)와 함께 나선 여자 복식(WD5)에서도 금빛 스매시를 날렸다. 서수연은 대회 마지막 날 혼성 복식(DX4)에서도 박진철(CLASS2·광주광역시)과 금메달을 한 개 추가하며 3관왕에 올랐다.
2014 인천 대회에서 은메달 2개, 2018 인도네시아 대회에서 동메달 2개만 얻었던 서수연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숙원을 풀었다. 2016 리우 패럴림픽과 2020 도쿄 대회에서도 은메달만 목에 걸었던 서수연은 ‘숙적’ 중국을 꺾고 3관왕 업적을 쌓았다.
어린 시절 모델을 지망했지만 2004년 의료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서수연은 탁구를 통해 다시 일어섰다. 절망 속에서 탁구로 희망을 얻은 그는 큰 키와 긴 팔을 활용한 금빛 스매시로 아시아를 호령하는 스타가 됐다.
2관왕도 4명이 나왔다. 주영대(CLASS1·경남장애인체육회)와 박진철(CLASS2·광주광역시청), 김기태(CLASS11·부산장애인체육회)가 탁구에서 2관왕에 올랐다. 김동한(절단 및 기타·명지대)은 이번 대회 첫 출전 종목인 바둑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거는 성과를 얻었다.
동·하계 종목을 모두 섭렵한 ‘철의 여인’ 이도연(WH4·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은 핸드사이클에서 대회 3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1972년생인 그의 나이는 51세로, 2·30대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하며 여전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유도 이정민(J2·평택시청)도 남자 90kg 우승으로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대회 –81kg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정민은 5년 뒤 체급을 올려 금메달을 추가했다. 이번 대회를 마치고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그는 값진 금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2관왕에 오른 탁구 박진철도 지난 대회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