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29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에서 삼성을 90-69로 이겼다. 개막 3연패 부진에 빠졌던 LG는 이날 승리로 2승 3패를 만들며 5할 승률에 다가섰다.
이날 경기는 삼성과 LG의 외국인 센터 싸움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부진했던 삼성은 올 시즌 새 외국인 센터 코피 코번(24·2m10㎝)의 괴력에 내심 희망을 부풀리던 상황이었다. LG에는 지난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로 등극한 아셈 마레이(31·2m2㎝)가 있다. 코번이 마레이를 압도하면 올 시즌 최고 센터 자리도 욕심낼 만했다.
자메이카 출신의 코번은 2m10㎝의 큰 키에 체중 150㎏에 육박하는 근육질 몸에서 나오는 파워가 대단하다. 코번의 괴력은 개막 직전 열린 컵대회에서 화제가 됐고, 개막 이후에도 연일 농구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코번은 이날 경기 전까지 개막 2경기에서 평균 25.5득점, 9.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삼성과 LG의 맞대결은 코번과 마레이의 맞대결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골밑에서 코번과 마레이가 힘을 겨루던 1쿼터만 해도 양팀은 팽팽했다. 그러나 2쿼터 초반 마레이가 파울 3개로 파울 트러블에 걸리자 LG 벤치는 곧 단테 커닝햄을 투입했다.
커닝햄은 상대를 압도할 만한 장신도 아니고, 포스트 플레이를 잘하는 힘 있는 타입도 아니다. 하지만 커닝햄은 빠르고 득점에 관한 한 기술이 좋다. 커닝햄이 뛰기 시작했고, LG의 빠른 가드 이재도와 이관희, 포워드 양홍석까지 전원이 스피드로 삼성을 공략했다.
LG는 속공 6개로 삼성을 몰아쳤고, 46-35로 점수를 벌린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빠르고 슛이 좋은 LG의 필리핀 선수 저스틴 구탕이 19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가드 이재도는 18점 6어시스트를 올리며 삼성 진영을 휘저었다. 커닝햄은 20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LG는 4쿼터 한때 23점 차까지 리드했다.
삼성은 코번이 리바운드 11개를 잡아내며 골밑을 장악했지만, 여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성공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코번의 존재감으로 리바운드를 따내도 결국 슛이 골로 연결되지 않고 림을 외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LG의 조상현 감독은 "모처럼 우리의 달리는 농구를 보여줬다"고 했다. 이재도는 "1쿼터에 벤치에서 마레이와 코번의 힘 대결을 봤는데, 재미있었다"고 웃으면서 "그래도 마레이가 한국 무대 3년 차 답게 영리하게 잘 했다. 구탕이 오늘 공격에서 시원하게 잘 풀어줬다. 3연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연승으로 다시 분위기를 되찾은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서울 SK를 접전 끝에 96-94로 이겼다. SK 공격의 핵심 자밀 워니가 허벅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한국가스공사 앤드류 니콜슨이 37점을 폭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