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열린 올 시즌 KBO리그 포스트시즌(PS) 승부 양상은 거의 불펜 대결에서 갈렸다. 22일 열린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준플레이오프(PO) 1차전은 8·9회만 7점이 났고, 23일 2차전도 8회 SSG 불펜이 무너지며 승부가 기울었다.
30일부터 열리는 준PO 승리팀 NC와 정규시즌 2위 KT 위즈의 PO도 뒷문 싸움이 시리즈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원래 선발진이 좋은 KT, '20승 투수' 에릭 페디가 복귀하고, 젊은 투수 신민혁과 송명기가 준PO에서 자신감을 얻은 NC 모두 경기 초반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 좋은 전력을 갖췄다.
선발 투수와 마무리 투수 사이 연결고리를 하는 셋업맨 대결에 관심이 모인다. NC 좌완 김영규(23)와 KT 우완 박영현(20) 얘기다.
김영규는 SSG와의 준PO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퍼포먼스 어필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선발 투수나 야수에서 MVP가 나오는 게 일반적인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김영규가 얼마나 높은 팀 기여도를 보여줬는지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김영규는 등판한 3경기에서 1승·2홀드를 기록, 팀 승리에 모두 관여했다. 3과 3분의 2이닝 동안 실점은 내주지 않았다. 지난 19일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무실점을 포함하며 4경기 연속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규는 2018년 2차 8라운드에 지명된 무명 선수였지만, 입단 2년 차였던 2019년 선발 투수로 데뷔(3월 27일 창원 KT 위즈전)해 6이닝 1실점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이후 선발 투수로 안착하진 못했지만, 꾸준히 1군 전력으로 뛰었고, 올 시즌은 63경기에서 61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홀드 24개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KT는 박영현이 키플레이어다. 그는 지난 시즌 데뷔한 2년 차 투수다. 1차 지명 유망주로 차기 마무리 투수감으로 기대받았다. 이강철 KT 감독도 그의 배포 있는 투구를 높이 사며 신인 시절부터 기회를 줬고, 올 시즌은 셋업으로 썼다. 박영현은 68경기에 등판해 홀드 32개를 기록,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평균자책점(2.75)도 준수했다.
박영현은 지난 시즌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PO) 4경기에 등판하며 가을 야구 데뷔전도 치렀다. 무엇보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 일원으로 국제대회를 경험하며 더 중압감이 큰 무대까지 경험했다. 당시 박영현은 현역 넘버원으로 인정받는 고우석(LG 트윈스) 대신 세이브를 올릴 수 있는 상황에 나서며 '차세대 국대 클로저'로 올라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기도 했다.
김영규도 항저우 AG 일원으로 뛰었다. 금메달을 합작했던 두 셋업맨이 한국시리즈(KS) 진출 길목에서 만났다. 김영규는 이미 2020년 우승 경험이 있다. 박영현은 KT가 통합 우승을 차지한 해(2021년) 지명을 받았다. 개인 첫 우승을 위해서는 NC를 넘어야 한다. 그 자신이 키플레이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