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밴드’ QWER(큐더블유이알)과 유니밴드가 아이돌 중심인 K팝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밴드유니와 QWER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2월 가요계에 출격한 밴드유니는 2월 데뷔와 동시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 2월엔 록의 전설 김바다와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다. 지난 달18일 데뷔한 QWER의 싱글 1집 ‘하모니 프롬 디스코드’는 발매 일주일 동안 총 2만2570장(한터차트 기준) 판매돼 역대 걸그룹 데뷔 초동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또 QWER의 타이틀곡 ‘디스코드’는 유튜브 뮤직에서 지난 달 20일부터 26일까지 집계한 ‘음악 차트 및 통계’에서 51위에 올랐다.
밴드유니는 보컬 겸 베이스 승민, 기타리스트 도휘, 드러머 유경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특히 유경은 걸그룹 AOA 블랙 출신이란 알려져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밴드유니의 음악은 장르적 한계 없이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유니크한 밴드를 목표로 한다. 데뷔곡 ‘다이브’와 지난 달 24일 발매된 ‘파란 밤’ 모두 밴드 특유의 웅장하고 시원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승민의 청량하고 짜릿한 넘치는 고음이 유니의 음악을 상징하는 정체성으로 여겨진다. 노래가 말하는 메시지 또한 직설적이고 강렬하며 청춘들에게 많은 위로와 공감을 안겨주고 있다.
QWER은 해군 특수전전단을 전역해 인기 웹예능 ‘가짜사나이’를 기획했던 크리에이터 김계란이 만든 그룹이다. 웹 콘텐츠 ‘최애의 아이들’을 통해 멤버 구성부터 트레이닝, 앨범 제작 등 데뷔 준비 전 과정이 빠짐없이 공개됐다. 눈에 띄는 점은 바로 4명의 멤버들이다. 김계란은 인기 크리에이터 출신 쵸단과 마젠타를 각각 드럼과 베이스 멤버로 영입했다. 여기에 400만 팔로워의 틱톡커 냥뇽녕냥, 일본 걸그룹 NMB48 출신 이시연까지 대중에게 인지도 높은 글로벌 그룹을 탄생시켰다. ‘디스코드’ 또한 멤버들의 실제 이야기를 대입,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멤버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 가는 여정을 그려냈다.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 마치 전문 기획사에서 케어를 받은 그룹같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QWER 소속사는 “‘최애의 아이들’ 콘텐츠의 성장 서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나아가 각기 다른 개성의 멤버들이 밴드라는 하나의 그룹으로서 합을 맞춰가는 과정 또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기에 신선함과 궁금증을 더했을 것”이라고 QWER의 흥행 이유에 대해 밝혔다.
유니와 QWER은 개성 강한 음악으로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고 있지만, 사실 국내 가요계에서 밴드 음악은 주류가 아니다. 특히나 걸밴드는 ‘비주류 of 비주류’라 불릴 정도로 성공 사례가 드물다. 자우림, 체리필터 등 손에 꼽는다. 2000년대 초 유행한 크라잉넛, 노브레인, 긱스, 내 귀에 도청장치 등도 모두 남성밴드다. 잔나비 등 현재 인기 밴드도 대부분 남성밴드다.
한 연예 관계자는 “국내 밴드 그룹은 개인 공연, 페스티벌 외에는 무대에 설 기회가 거의 없다. 공연에서는 200석을 채우기도 쉽지 않고, 인지도가 없을 때는 음원 수익도 거의 없다. 걸밴드는 남성밴드보다 수도 현저히 적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시장에서도 K팝이 아닌 밴드로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더러 기존 밴드 팬덤이 이미 견고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진출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중성을 키우기 위해선 밴드 고유의 색을 잃을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불리한 시장 상황에도 밴드유니와 QWER은 ‘걸밴드’라는 팀으로 도전장을 던지며 다시 한 번 국내에 밴드붐을 일으킬 준비 중이다. 비주류 장르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는 ‘좋은 음악’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도헌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J팝 음악이 국내에서 다시 유행하며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좋은 노래라면 록 음악, 밴드 음악이라 할지라도 주류로 올라올 수 있다”며 “록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하거나 실제 활동하는 밴드에 도움을 받아 노래를 만든다면 다양한 장르가 흥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결국 어떻게 좋은 노래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