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2022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APG) 선수단장은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다. 젊은 시절 중국음식점 음식 배달을 하다가 음주 차량에 치여 크게 다쳤다. 그는 세 차례 수술대에 올랐고, 10개월 동안 병상에 있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하늘에 대고 왜 나한테만 이러냐고 소리쳤다"며 원망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지금은 성공적인 외식사업가가 됐지만, 당시의 그는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에 앞길이 막막했다. 그에게 찾아오는 외부인이라고는 종교단체와 보험사 직원들뿐이었고, 실질적인 희망을 안겨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훗날 당시를 돌아본 그는 “스포츠를 권유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했다.
어린 시절 농구를 좋아했던 그는 ‘스포츠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고무 농구공 하나만 있으면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땀 흘리면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사고로 잠시 잊고 있었던 스포츠의 힘은 지난 2월 APG 선수단장이 되면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장애가 있음에도 밝은 얼굴로 땀 흘리며 환호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에너지를 받았다는 그는 더 열정적으로 선수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그들의 내면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도 장애가 있어 선수들의 이야기에 잘 공감할 수 있었다는 김 단장은 물심양면으로 선수들을 적극 지원하며 항저우 APG 여정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장애인 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APG 대표팀은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전체 평균 연령은 39.1세로, 5년 전 인도네시아 대회(38.5세)보다 소폭 올랐다. 현장에서도 선수단 고령화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면서 젊은 선수 발굴과 실업팀 부족 등 저변 확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선수단과 지속해서 호흡했던 김진혁 단장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선천적 장애인보다 살면서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가진 후천적 장애인들이 많다. 장애인 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발전을 위해선 후천적 장애인들을 많이 불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과거 병상에 누워있던 자신을 회상한 그는 “지금도 방 안에 누워만 있는 장애인들을 생활체육 현장으로 먼저 불러내 선수층을 확보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라고 고언하기도 했다.
김진혁 단장은 지난 29일 선수단 귀국과 함께 단장직 임무를 마쳤다. 이젠 본업이었던 중식 프랜차이즈 대표로 돌아가 사업에 힘쓸 예정이다. 하지만 김 단장은 장애인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29일 귀국 현장에서 “(선수들과의 여정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울컥한다”라고 한 김 단장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장애인 체육에 더 관심이 생겼다. 어떤 기회가 또 올지 모르겠지만 장애인 스포츠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김 단장이 운영하는 중식 프랜차이즈 기업은 APG 대회 도중에도 장애학생 체육대회와 농아인 야구대회 등 장애인 스포츠 대회에 나눔트럭을 보내고 후원하는 등 지속적으로 힘을 쏟아왔다. 김 단장이 아닌 김 대표로 돌아가는 그는 앞으로도 여러 방식으로 장애인 스포츠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