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신인 외야수 정준영은 올 시즌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있다. 데뷔해 1군에 진입해 경험을 두루 쌓은 데 이어 가을야구 무대까지 누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록 주전이 아닌 대주자·대수비로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공·수·주를 다 경험해 봤다며 싱글벙글해 있는 정준영이다.
사실 정준영은 포스트시즌 출전이 힘들 뻔했다. 7월 막판 환상적인 홈보살(23일 삼성전)로 팀을 구해낸 그는 직후 허벅지 부상을 입으며 1군에서 이탈, 정규시즌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가을야구 엔트리 합류가 불투명했던 상황. 하지만 플레이오프 직전 핵심 타자 강백호가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했고, 빈 자리가 생기자 정준영이 ‘깜짝’ 낙점되며 승선했다.
부상에도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매진한 결과였다. 정준영은 “재활하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 다쳤을 땐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안 나아서 실망도 많이 했다. 그런데 실망한다고 해서 빨리 낫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편히 먹고 재활에 매진하니 기회가 왔다. 준비가 잘 된 상황에서 가을야구에 합류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데뷔해 처음 경험한 가을야구 무대. 선배들의 조언도 많이 받았다. “포스트시즌은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긴장감이 배가 될 거다”라는 말을 들으며 마음의 준비도 많이 했고, 평소처럼 야구장에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훈련에 매진하면서 몸을 열심히 만들었다. “준비는 정규시즌와 크게 다를 것 없이 했다”라고 말한 그지만, “처음 (포스트시즌) 그라운드에 들어갔을 때 1군 데뷔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분위기는 다르더라. 특유의 분위기에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라고 했다.
긴장했다는 그의 말과는 달리, 그는 첫 가을야구 무대에서 안정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 하고 있다. 팀의 수비 강화가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대수비로 나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10월 30일 1차전에선 9회 대타로 나가 빠른 발로 내야 안타를 만들며 배정대의 만루홈런을 이끌기도 했고, 31일 2차전 9회엔 2루 도루로 팀의 역전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팀이 요하는 작전을 완벽하게 잘 이행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KT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 1·2차전에서 내리 패하면서 탈락 위기에 놓였고, 3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2연승이 더 필요하다. 1패만 하면 탈락이다. 신인이지만 팀의 상황과 분위기는 잘 알고 있다. 정준영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벤치에 있지만 열심히 응원하고, 경기에 나가면 팀이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죽기살기로 뛰겠다”라며 가을야구 무대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