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 4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프로농구 서울 SK와 홈 경기에서 69-50 승리를 거뒀다. 수비의 힘이었다. 오세근 영입 후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SK를 단 50점으로 틀어막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최우수선수)였던 오세근이 단 1득점, SK 에이스 김선형도 4득점에 묶였다.
지난 시즌 보여준 LG의 강점이 그대로 통했다. 당시 안양 정관장, SK에 비해 스타 선수는 적었으나 로스터를 폭넓게 활용해 더블 스쿼드를 갖췄다. LG는 이에 기반한 수비 농구로 정규리그에서 높은 승률(승률 0.667·2위)을 거뒀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LG는 4일 경기에서도 로스터 12명을 모두 활용해 SK를 눌렀다. 총 10명이 득점에 가담했다. 출전 시간을 분배하니 체력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건 당연했다. 안 그래도 베테랑이 많은 SK는 EASL(동아시아 슈퍼리그) 일정 소화로 체력적 한계가 뚜렷했다.
이날까지 LG는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시즌 초 3연패를 지워내는 데 성공했다. 팀 순위도 어느덧 4위(승률 0.571)가 됐다. 3연패 기간과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양홍석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가 된 그는 LG와 5년 보수 7억 5000만원에 계약했다. 수원 KT 시절 허훈과 함께 팀을 이끌었던 그였으나 이적 직후는 부진했다. 3연패 기간 평균 7.3득점에 그쳤고, 3점 슛도 경기 당 평균 1개(성공률 21.4%)에 불과했다. 4연승 기간에는 달랐다. 이 기간 양홍석은 평균 12.3득점과 함께 경기당 3점 슛 2.3개(성공률 45%)를 기록 중이다.
팀 선배들도 양홍석의 적응에 힘을 보탰다. 주장 이관희를 필두로 이재도, 정희재 등 주축 선수들이 그를 도왔다. 이관희는 4일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주장으로서 훈련이 끝나면 사우나에서 선수단을 모으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서로를 독려했다. '홍석아, 재도야 연봉 값하자'고 농담도 한다"고 웃으면서 "홍석이와 재도, 그리고 내가 중심이 돼 경기 풀어가려고 한 게 4연승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홍석이 팀에 적응하면서 전체적인 수비 농구도 살아나는 모양새다. 이관희는 "지난 시즌부터 우리는 수비에 강점이 있는 팀이었다"며 "시즌 초반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다녀온 양홍석과 팀이 손발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홍석이도 3연패 기간 수비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고 전했다.
이관희는 "나도 앞선에서 볼 핸들러로 전방 압박을 함께 걸고 있다. 뒷선이 내 플레이로 (상대 템포가 늦어지는) 효과를 받기 바라는 마음으로 재도와 함께 압박을 걸었다"며 "그게 뒷선에 있는 희재와 아셈 마레이에게 수비할 수 있게 (시간적 여유를 벌어주도록) 연결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