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은 지난주 열린 대한축구협회(FA)컵 일정 탓이 휴식기를 가졌다. 포항 스틸러스가 통산 5번째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일부 구단들의 잔여 시즌 목표가 하나씩 지워지거나 바뀌었다.
지난 4일 끝난 2023 하나원큐 FA컵 결승전의 주인공은 리그 2위(승점 60) 포항이었다. 포항은 1일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제주 유나이티드를 꺾었고, 결승전에선 전북 현대를 상대로 4-2 역전승을 거뒀다.
포항은 통산 5번째 FA컵 우승과 동시에,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클럽대항전 진출권을 확보했다. FA컵에서 우승하면 리그 성적과 별개로 AFC 주관 클럽대항전 티켓이 주어진다.
리그 3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포항은 여전히 3위 광주FC(승점 57) 4위 전북(승점 53) 5위 인천(승점 52)의 추격을 받고 있다. 우승은 무산됐지만, ACL 티켓을 거머쥔 만큼 리그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2024~25시즌부터 개편되는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와, 차상위 대회인 ACL2 중 어떤 진출권이 주어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축구계에선 ACLE 출전권이 주어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 이 경우 35라운드 기준, 4위가 ACL2 진출권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포항의 우승 이후, FA컵 일정을 소화한 팀들의 잔여 시즌 목표는 조금씩 바뀌었다. 전북과 인천의 경우 ‘무관 시즌’이 확정됐다. 35라운드 순위 기준으로, 두 팀이 ACLE 진출권을 얻기 위해선 3위에 올라야 한다. 즉, 3경기에서 최소 2승 이상을 거두고 상대가 지길 기다려야 한다. 4위에 ACL2 출전권이 달려 있다는 점이 위안이면서도, 여전히 살얼음판 승부를 앞뒀다.
목표가 조금씩 사라지거나 변경되는 시점에서 각 구단의 사령탑들이 선수단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달 29일 울산 현대의 리그 우승이 확정됐을 때, 남의 집 잔치를 지켜본 ‘패장’ 최원권 대구FC 감독은 “솔직히 (이 시점에서) 선수단에 동기부여를 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6위 대구(승점 49)는 산술적으로 3위까지 가능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건이다.
파이널 B 제주는 ACL 진출이 아예 무산됐다. 제주는 35라운드 기준 리그 9위(승점 39)에 그치며 기대치를 밑돈 성적을 남겼다. 이번 FA컵 우승을 위해 지난 35라운드 경기에서 강도 높은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등 사활을 건 이유다. 하지만 포항에 무릎을 꿇었다.
제주의 경우 내년을 위한 좋은 마무리를 바라본다. 잔류까지 1승만을 남겨둔 정조국 제주 감독대행은 FA컵 준결승전 패배 뒤 “선수들은 다음 경기, 길게 보면 내년 시즌까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라고 격려했다. 주장 최영준 역시 “2024년을 잘 대비하기 위해 올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