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썸 킴’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세 역사를 썼다. 한국인 빅리거 최초로 포지션별 가장 빼어난 수비 능력을 갖춘 선수에게 수여하는 롤링스 골드글러브(GG)를 수상했다.
김하성은 6일(한국시간) 발표된 메이저리그(MLB) 2023 골드글러브 시상식에서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선수로 GG를 거머쥔 최초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선수로는 2001년부터 10회 연속 AL 외야수 부문을 거머쥔 일본 야구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은퇴)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며, 내야수로 한정하면 최초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2022) NL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댄스비 스완슨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올 시즌은 AL 대표 유격수였던 젠더 보가츠가 샌디에이고에 입단하며 2루수로 뛰었다. 포지션을 바꾼 뒤에도 변함없이 안정감 있는 수비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였고, 2루수 부문 최종 후보(3명) 다시 이름을 올렸다. 3루수와 유격수 수비도 150이닝 이상 소화하며 ‘만능 야수’를 상징하는 유틸리티 부문 수상까지 도전했다. 2루수 GG는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에 내줬지만, 유틸리티 부문 GG를 거머쥐었다.
GG는 타격 능력을 제외하고 오로지 수비 능력으로만 수상자를 결정한다. MLB 30개 구단 감독과 팀당 최대 6명으로 이뤄진 코치들의 투표 결과가 75%, 미국야구연구협회(SABR)에서 개발한 수비 통계 자료(SDI)가 25% 반영된다.
MLB 지도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만큼 인지도가 수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NL 유틸리티 부문 후보에는 MLB 대표 스타플레이어 무키 베츠(LA 다저스)가 눈에 띄었다. 김하성보다 먼저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을 증명한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있었다.
김하성은 수비로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았는지를 나타내는 DRS(Defensive Run Save) 지표에서 세 포지션(2루수·3루수·유격수) 합계 16을 기록, 베츠(9) 에드먼(3)에 크게 앞섰다. 평균 대비 아웃 카운트를 더 잡아낸 수비 척도인 OAA(Outs Above Average)도 9를 기록하며 에드먼(9)와 베츠(-4)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수 차례 허슬 플레이로 명장면을 만들어낸 투지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한 그라운드에서 그의 수비를 평가하는 상대 팀 지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른 포지션으로 2년 연속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선정된 것만으로 김하성은 수비 재능을 인정 받았다.
샌디에이고는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김하성의 플레이를 담은 46초 분량의 영상을 게재하며 GG 수상을 축하했다. 영상 오프닝 속 김하성이 낀 글러브는 금빛으로 빛나는 편집이 더해졌다. 다른 SNS 계정엔 "금빛 그 자체"라는 문구를 한글로 게재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김하성이 귀국하기 전 진행했던 인터뷰를 소개하며 "대한민국 부천시 출신 선수가 최고의 유틸리티 선수에게 주는 GG 수상자가 됐다"라고 했다. 김하성은 "아시아의 젊은 내야수들이 MLB에서 뛰는 걸 희망한다. 개인적으로 대단한 성취지만, 그들에게 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김하성은 포지셜별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어지는 실버슬러거도 NL 유틸리티 부문 후보로 올라 있다. 시상식은 오는 10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