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팀 PSG가 전반 9분 만에 균형을 깨트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마르키뉴스가 머리로 방향을 바꿔 문전으로 연결했다. 이를 마르키뉴스가 문전에서 헤더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른 시간에 나온 PSG의 값진 선제골이었다.
그러나 PSG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3분 만에 AC밀란의 동점골이 나왔다. 역습 상황에서 찬 올리비에 지루의 슈팅을 돈나룸마가 쳐내 문전으로 튀어 오르자, 이를 레앙이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해 PSG 골망을 흔들었다.
이른 시간 한 골씩 주고받으면서 두 팀의 공방전은 더욱 불꽃이 튀었다. 다만 좀처럼 결실을 맺는 팀은 나오지 않았다. PSG는 역습 상황에서 나온 음바페의 슈팅이 골대를 벗어났고, 뎀벨레의 슈팅마저 골포스트에 맞았다. AC밀란 역시 레앙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는 등 번번이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막판엔 뎀벨레와 하미키, 비티냐의 연이은 슈팅이 AC밀란 골문을 두드렸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치열했던 전반과 달리 후반전엔 두 팀 모두 신중하게 경기를 풀었다. 초반 기세는 AC밀란이 잡았다. 후반 3분 라인더르스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찬 슈팅으로 후반전 포문도 열었다. 이어 2분 뒤 AC밀란이 역전골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테오 에르난데스의 크로스를 지루가 강력한 헤더로 연결했다. 선제골을 실점한 AC밀란이 경기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PSG 벤치가 바빠졌다. 역전골 실점 이후 10분 만에 세 장의 교체카드를 썼다. 이강인과 곤살루 하무스, 파비안 루이스가 투입됐다. 이강인은 비티냐 대신 왼쪽 미드필더로 자리했다. 왼쪽 측면과 중원을 오가면서 공격의 핵심 역할을 했다.
후반 시작 20분이 넘도록 슈팅을 만들지 못하던 PSG의 공격도 풀리기 시작했다. 뎀벨레와 음바페의 연이은 슈팅이 AC밀란 골문을 겨냥했고, 선제골의 주인공 슈크리니아르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추가골을 노렸다. 이강인은 절묘한 드리블 돌파와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AC밀란은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도 호시탐탐 추가골을 노렸다. 후반 40분엔 노아 오카포르의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이 PSG 골문으로 향했는데, 골문 구석으로 향하던 슈팅을 돈나룸마가 가까스로 쳐내면서 쐐기골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위기 뒤에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가 PSG에 찾아왔다. 주인공은 이강인이었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 자리한 이강인은 절묘한 보디 페인팅으로 상대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이어 빠른 타이밍에 왼발 슈팅까지 연결했다. 슈팅은 그러나 골대에 맞았다. 극적인 동점골 기회가 아쉽게 무산되자 이강인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골대를 강타한 이강인의 슈팅을 기점으로 PSG의 막판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좀처럼 마지막 슈팅까진 이어가지 못했다. 추가시간 막판 하무스의 헤더는 골대를 벗어났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PSG의 1-2 역전패로 막을 내렸다. PSG는 이번 시즌에만 챔피언스리그 원정 2연패 늪에 빠졌고, AC밀란은 4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하는 순간이었다.
통한의 골대 강타에 아쉬움을 삼켰지만, 이강인은 교체로 나서 30여분 동안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36차례 볼터치를 통해 공격의 중심에 섰고, 특히 26개를 시도한 패스는 무려 96%의 성공률(25회 성공)을 기록했다. 드리블 역시 1차례 시도해 이를 성공으로 연결했다. 경합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상볼 경합에선 3회 중 2회를 이겨냈고, 한 번 있었던 공중볼 경합에서도 승리했다. 다만 5개의 크로스는 모두 동료에게 전달되진 못했다. 이강인 투입을 기점으로 상대가 워낙 밀집 수비를 쌓으면서 페널티 박스에 많은 수의 수비가 버틴 여파가 컸다.
30여분을 뛰고도 이강인이 7점대 평점을 받은 건 짧은 시간이나마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의미였다. 소파스코어 평점에선 7.2점으로 선발로 나선 선수들을 포함해도 4번째로 평점이 높았다. 폿몹 평점에서도 7점을 기록했는데, 이날 교체로 나선 선수들 가운데 7점 이상의 평점을 받은 건 이강인이 유일했다.
소파스코어 평점에선 오버헤드킥으로 동점골을 넣은 하파엘 레앙이 양 팀 통틀어 유일하게 8점대 평점을 받았다. 메냥 골키퍼(7.7점)를 비롯해 로프터스-치크(7.5점) 지루(7.4점) 등도 높은 평점을 받았다. PSG에선 수비형 미드필더 우가르테가 5.9점의 평점에 그쳤다. 음바페는 이강인보다 낮은 평점(7점)을 받았고, 뎀벨레는 후반전 아쉬운 경기력에도 전반전 여러 차례 인상적인 기록들 덕분에 7.6점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패장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음바페는 2~3차례 득점 기회가 있었고 뎀벨레도 마찬가지였다. 주도권을 잡은 뒤 상대가 수비를 강화하는 바람에 어려운 경기가 됐다. 상당히 비슷한 팀들의 맞대결이었다”며 “아직 2경기가 남았는데 4개 팀 모두 16강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힘든 조다. 만약 오늘 이겼다면 사실상 16강 진출이 확정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결과가 됐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스테파노 피올리 AC밀란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매우 열정적으로 경기를 치렀다. 우리가 원했던 플레이이기도 하다. 훌륭한 팀을 상대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충분히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본다. 이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그들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김명석 기자 clea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