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통했다. '필승 공식'을 바꿔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첫 판을 잡았다.
KT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KS 1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지난 플레이오프(PO) 3차전부터 이어지는 포스트시즌 4연승이자 2021년 KS 4승 무패 이후 이어지는 KS 5연승이다.
올해 정규시즌 최강 타선이었던 LG를 단 2점으로 묶었다. 명백히 마운드의 승리였다. KT 선발 고영표의 6이닝 2실점(1자책점) 호투가 빛났고, 불펜진 소모는 단 2명에 불과했다.
특히 뒷문 활용이 예사롭지 않았다. 당초 KT의 필승 공식은 7회 손동현-8회 박영현-9회 김재윤이었으나 김재윤을 쓰지 않았다. 대신 손동현이 2이닝을 책임졌다. 이강철 감독은 7회 말 LG의 공격 때 2번 타자 박해민부터 김현수와 오스틴 딘까지를 맡겼다. 8회 말에도 오지환, 문보경, 박동원을 모두 잡게 했다. 2이닝 22구. 7회 11구 중 10구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투구 내용이 좋았다. 지난 PO 시리즈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이유를 확인시켰다.
손동현의 뒤는 박영현이 이었다. 올 시즌 홀드 32개로 홀드왕을 수상한 박영현이지만, 시즌 중 9회는 세이브 2위(32개) 김재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김재윤을 아끼고 박영현으로 마무리했다. 그의 구위가 더 위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박영현은 140㎞/h 후반 강속구를 뿌리며 이날 경기를 깔끔하게 마쳤다. 이강철 감독의 승부수가 통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손동현이 2이닝을 막아주면서 마지막에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다"며 "처음부터 타순에 맞게 내려고 했다. 특정 마무리 없이 경기한다고 투수들에게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박영현이 박해민부터 이어지는 타자 6명을 상대하기 최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박영현을 쓴 건 길게 봐서였다. 이강철 감독은 "오늘 경기를 연장까지 생각했고, 11회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하고 (김)재윤을 남겨놨다. 박영현이 먼저 몸을 풀어서 영현이를 9회에 냈다"고 전했다.
보통 가을야구에서 공식은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가을야구를 오래 겪어본 사령탑들은 경기 중 가장 좋은 불펜 투수가 보이면 그를 믿고 그 흐름을 더 길게 가져간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전 "이제 5년 차일 뿐"이라고 베테랑이라는 취재진의 말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 벌써 4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겪고 있다. 시리즈 승리도 3회가 있다. 해가 갈수록 냉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