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팬들이 12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선보인 걸개에는 거짓이 없었다. 수원이 올 시즌 마지막 수원 더비에서 ‘신성’ 김주찬의 결승 골에 힘입어 극적으로 이겼다. K리그1 강등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염기훈 감독대행이 이끄는 수원은 12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6라운드에서 3-2로 이겼다. 기선을 제압한 건 수원FC 였다. 특히 전반 15분 만에 카즈키가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당하고, 코너킥에서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 다녔다. 하지만 전반 막바지 아코스티의 동점 골이 나오더니, 후반에는 안병준의 역전 골로 앞서 나가기까지 했다. 수원은 다시 동점을 허용했지만, 후반 33분 김주찬의 골이 나오며 다시 앞서갔다. 수적 열세의 수원은 이 득점을 마지막까지 지켜 마침내 승전고를 울렸다.
수원은 이날 승리로 리그 7승(8무 21패)째를 기록했다. 동시에 올 시즌 처음으로 거둔 ‘수원 더비’ 승리다. 단순 날짜로만 392일 만에 수원 더비에서 웃었다.
수원은 리그 12위(승점 29)를 지켰다. 순위 변동은 없지만, 11위 강원FC(승점 30)와의 격차를 다시 1로 좁히며 최하위 탈출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다. 수원은 오는 25일 FC서울 원정, 12월 2일 강원과의 홈 경기를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반면 수원FC는 이날 패배로 K리그1 잔류 경우의 수가 모두 사라졌다. 10위를 지킨 수원FC(승점 32)는 잔여 2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9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40)를 앞서지 못한다. 수원FC 역시 마지막까지 자동 강등 경쟁을 벌여야 한다.
김도균 감독이 이끄는 수원FC는 먼저 4-3-3 전형을 내세웠다. 로페즈가 전방에 배치됐고, 김도윤과 강민성이 측면을 맡았다. 중원은 이승우·이영재·윤빛가람으로 구성됐다. 백4는 박철우·우고 고메스·신세계·오인표, 골문은 박배종이 책임졌다.
포문을 연 건 홈팀 수원FC였다. 전반 3분 로페즈가 박스 앞에서 수비 셋을 뚫고 질주한 뒤 어려운 자세에서 크로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동료에게 연결되진 않았다.
수원에선 다름 아닌 웨릭포포가 응수했다. 그는 직후 역습 상황에서 바사니의 패스를 받은 뒤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박배종이 빠른 타이밍에 나와 몸을 던져 막았다.
전반 8분에는 손호준이 수비 진영부터 빠르게 치고 나와 역습을 전개했다. 이번에는 웨릭포포의 패스를 받은 아코스티의 감아차기 슈팅이 나왔으나, 수비 맞고 굴절돼 박배종 품에 안겼다.
수원의 공격이 이어지던 시점, 경기장 분위기가 요동치는 장면이 나왔다. 수원 수비 진영에서의 스로인 상황. 카즈키가 수원FC 김도윤을 견제하다 팔로 거칠게 얼굴을 가격했다. 이 장면은 비디오 판독(VAR)으로 이어졌고, 결과는 레드카드였다. 단 15분 만에 벌어진 변수였다.
직후 김도균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냈다. 강민성-김도윤이 빠지고 김현과 이광혁이 투입됐다. 거친 분위기는 또 나왔다. 3분 뒤 수원FC의 역습 상황에서 이광혁이 김태환에게 저지당한 뒤, 파울을 범해 옐로카드를 받았다.
수적 우위를 점한 수원FC는 라인을 크게 올리며 수원을 압박했다. 전반 25분에는 박철우의 크로스를, 이승우가 센스 있는 슈팅이 나왔으나 양형모 품에 안겼다. 30분에는 오른쪽에서 이광혁의 크로스가 나왔으나, 수원 수비가 높이에서 우위였다.
한 명 적은 수원은 웨릭포포·바사니를 앞세워 응수했으나 마지막 슈팅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두드리던 수원FC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31분 코너킥 공격에서 우고 고메스가 먼 포스트에서 깔끔한 헤더에 성공했다. 우고 고메스는 곧바로 수원 원정석 앞에서 세리머니를 펼치며 득점을 자축했다. 우고 고메스의 K리그 데뷔 골.
기세를 탄 수원FC는 이영재의 패스가 다시 박스로 향하며 추가 골을 노렸다. 이승우의 터치 후, 로페즈 터닝 슈팅이 나왔으나 수비 맞고 굴절됐다. 직후에도 연이은 크로스 공격에 이은 로페즈의 마무리 슈팅까지 나왔다. 혼전 속에서 유효슈팅이 나왔으나, 공은 양형모 정면이었다. 36분 이승우의 패스를 받은 이영재의 왼발 슈팅은 골대 왼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수원은 허무한 실수로 추가 실점을 내주는 듯했다. 골키퍼 양형모가 간접 프리킥을 처리하다, 중간에 차단당해 수원FC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김태환의 트래핑 실수까지 겹치며 수원FC에 슈팅 찬스가 나왔다. 이승우의 센스 있는 힐패스에 이은 김현의 슈팅이 나왔으나, 세기가 약해 양명호 품에 안겼다.
한편 염기훈 감독 대행은 전반 40분 웨릭포포를 빼고 고승범을 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하지만 로페즈, 김현이 연이어 골문을 노리며 수원FC의 리드가 이어졌다.
수원이 전반 추가시간이 꽉 찬 시간에 얻은 코너킥 공격에서, 마침내 골문을 열었다. 박배종이 공을 제대로 쳐 내지 못했다. 높게 튀어 오른 공이 문전 앞 아코스티에게 향했다. 아코스티가 넘어지며 슈팅해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전반전이 끝나자, 수원 선수단은 모두 아코스티를 안아주며 득점을 축하했다. 아코스티의 시즌 4호 골.
1-1로 맞이한 후반전, 여전히 수적 우위를 점한 수원FC의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초반 시도된 크로스 공격은 모두 한끗씩 모자랐다. 수원은 안병준을 앞세워 간간이 역습했으나, 마지막 슈팅이 나오지 않았다. 박스 안까지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반복됐다.
수원의 해답은 중거리 슈팅이었다. 후반 8분 길게 건네 준 공을, 아코스티가 가볍게 안병준에게 연결했다. 안병준은 환상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안병준의 리그 5호 골. 수적 열세에도 역전에 성공한 수원의 저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수원의 리드는 오래 가지 않았다. 후반 16분, 이영재의 크로스를 김현이 머리로 연결해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1분 전 결정적인 헤더를 놓친 걸 만회하는 득점이었다.
김도균 감독은 직후 이광혁을 다시 빼고, 바우테르손을 투입하며 공격을 더욱 강화했다. 동시에 박철우가 빠지고, 정동호가 투입됐다.
더욱 공격적으로 나선 수원FC는 후반 25분 바우테르손이 박스 안에서 기회를 잡았는데, 그의 크로스를 받아줄 선수가 없었다.
한편 수원은 후반 26분 전진우, 뮬리치를 차례로 투입하며 역시 맞불을 뒀다.
수원FC는 여전히 측면 공격을 내세웠지만, 모두 수원 수비에 걸렸다. 다소 답답한 공격이 이어진 후반 31분, 김선민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양형모가 몸을 던져 막았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온 것일까. 후반 33분 골킥이 단숨에 수원FC 진영으로 향했다. 높이 뜬 공을 뮬리치가 감각적인 패스를 박스 안으로 건넸다. 침투한 김주찬이 가볍게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재차 수원의 3-2 리드를 만들었다. 김주찬의 리그 5호 골, 뮬리치의 1호 도움이었다.
재차 리드를 내준 수원FC는 다시 한번 크로스 공격에 이은 김현의 헤더가 나왔지만, 이번에는 골문 위로 향했다.
한편 수원의 리드가 이어지자, 수원종합운동장 원정석에선 축제가 열렸다. 기세를 탄 수원은 곧바로 전진우의 역습이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 크로스가 우고 고메스에 걸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45분이 끝날 무렵, 수원FC의 결정적인 찬스는 모두 수비에 걸렸다. 추가시간은 6분, 오히려 뮬리치의 연속 슈팅이 나오며 수원의 공격이 이어졌다. 수원FC는 마지막까지 수원의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