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의 맹활약에 힘입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위까지 올랐던 토트넘이 선두에서 내려왔다. 현지 언론의 전망대로,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인한 공백을 메우지 못한 모양새다.
토트넘은 지난 11일 잉글랜드 울버햄프턴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프턴과의 2023~24시즌 EPL 12라운드에서 1-2로 졌다. 토트넘은 전반 3분 만에 브레넌 존슨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추가시간에만 두 골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2연패에 빠지며 1위에서 내려왔다.
잘 나가던 토트넘이 제동에 걸렸다. 토트넘은 EPL 개막 후 첫 10경기에서 무패(8승 2무)를 기록하며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이에 지난달 현지 언론과 통계 매체들은 토트넘의 상승세를 분석하며 이들의 질주를 주목했다.
이들이 주목한 건 ‘스트라이커 손흥민’이었다. 당초 토트넘은 히샤를리송(브라질)을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대체자로 낙점했다. 하지만 그가 침묵하자,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신임 감독은 곧바로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배치했다.
손흥민은 지난 7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위업을 이룬 공격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그는 11월까지 8골을 몰아치며 벌써 자신의 지난 시즌 리그 골 기록(10득점)에 근접했다.
손흥민은 통계상으로도 뛰어난 골 결정력을 자랑한 선수 중 하나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는 “지난 6번의 EPL 시즌에서 지속적으로 기대 득점(xG·득점할 확률 혹은 총합) 이상 골을 넣은 건 손흥민뿐이다. 그는 xG 대비 23골을 더 넣었다”면서 그의 탁월한 결정력을 조명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 역시 손흥민의 전반기 활약에 대해 “간단하게 케인의 자리를 대체했다”라고 운을 뗀 뒤 “손흥민의 역할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여전히 빠르지만, 30대에 접어들며 중앙으로 이동할 준비가 됐다. 양발 슈팅에 능한 손흥민 같은 선수들에게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매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를 언급하면서 “호날두도 지금의 손흥민처럼 윙에서 중앙 스트라이커로 이동하는 과정을 거쳤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스카이스포츠가 공개한 손흥민의 최근 6시즌 히트맵을 확인해 보면, 골대와 가장 가깝게 배치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상대 수비수와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영역이지만, 손흥민은 올 시즌 기록한 모든 득점을 박스 안에서 기록하며 스트라이커에 적합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물론 이는 손흥민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을 바탕으로, 영입생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의 합류가 상승세를 합작하고 있다. 옵타는 “토트넘은 지난 시즌보다 공을 더 점유하고 있고, 가능한 한 높은 지역까지 올라가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안토니오 콘테(이탈리아) 감독 시절 토트넘이 철저히 케인-손흥민의 역습에 의존했다면, 올 시즌에는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걸 의미하는 셈이다.
하지만 1위에 올랐을 때도 지적받은 ‘수비 불안’ 문제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현지 언론들은 “골키퍼 비카리오의 선방 의존도가 너무 과하다”라고 짚었다. 실제로 비카리오는 이날 포함 12실점을 기록했는데, xG를 역산한 기대 실점(18.98)과 비교하면 무려 6.98골을 막아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전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 데스티니 우도지(이상 퇴장), 미키 판 더 펜(부상)이 빠진 이날 토트넘은 추가시간에만 두 골을 얻어맞았다.
리그 일정을 마친 토트넘은 2주간의 A매치 휴식기를 통해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상승세 후 첫 제동에 걸린 토트넘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전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