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대접전 끝에 거둔 짜릿한 승리,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그러나 “반성해야 할 경기”라고 냉정하게 짚었다. 사전에 약속됐던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임근배 감독은 1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신한은행과의 우리은행 우리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89-84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기긴 했는데 사실 반성을 해야 할 경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생명은 경기 내내 신한은행과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4쿼터 막판 한때 3점 차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는 듯했지만 김소니아에게 통한의 3점슛을 얻어맞고 결국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그나마 연장 집중력에서 앞서 5점 차 승리를 거뒀다.
임 감독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냉정하게 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저부터도 그렇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전에 약속을 한 게 있다. 수비는 어떻게 하고, 공격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약속했다”며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준비된 약속대로 안 가다 보니 경기가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팀도 쉬운 팀이 없다.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언제든 박살 날 수도 있다. 선수들도 이겼다고 좋아하며 끝낼 게 아니다. 어떤 걸 준비했는데 어떤 게 미스가 됐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에는 조금 더 나온 쪽으로 나와야 한다. 어쨌든 양 팀 다 마지막까지 싸웠다. 마지막 순간 경기를 이긴 건 잘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임 감독은 김소니아에게만 무려 42점을 허용한 수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전에 ‘이렇게 막아라’ 한 부분이 있다. 선수한테 주문한 거 진득하게 해 주면 되는데, 선수 입장에선 스텝이 자꾸 움직이는 거다. 물론 김소니아 선수 자체가 체력적인 거나 기량을 가지고 있고 쉽게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런 부분만 집중해 줬으면 그 정도까지 점수를 주진 않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부상 복귀전을 치른 배혜윤을 경기 전 예고했던 20분 안팎이 아닌 30분 넘게 출전시킨 것에 대해선 “경기 상황에 따라 어쩔 수가 없었다”며 웃어 보였다. 임근배 감독은 그러나 배혜윤 등 핵심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오히려 줄어들기를 바랐다. 비시즌 동안 열심히 노력했던 선수들이 기회를 잡아달란 것이었다.
그는 “(주전 선수들을 제외하고) 이 선수들, 정말 비시즌에 열심히 해줬는데 뒤로 밀려버리면 어떡하나. 본인들이 연습했던 거, 비시즌 때 했던 것들 믿고 경기에 나갔으면 좋겠다. 자신을 믿고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부상당한 선수들이 컴백하더라도 여유 있게 돌아갈 수 있다. 나머지 선수들도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삼성생명은 이해란이 개인 커리어 최다인 31점에 9리바운드 맹활약을 펼친 가운데 배혜윤이 18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 이주연이 17점 10리바운드 7어시스트, 신이슬이 3점슛 3개 포함 13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힘을 보탰다. 신한은행엔선 김소니아가 무려 42점을 홀로 책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