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13일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LG는 당분간 우승권에 있는 팀이 맞다. (시즌을) 예상할 때도 항상 우승 후보 중 한 팀이거나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되는 게 맞는 거 같다"고 평가했다. 박용택 위원은 2002년 데뷔부터 2022년 은퇴할 때까지 LG 유니폼만 입은 '원클럽맨'이다. 선수 시절 LG를 대표한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그의 KS 경험은 2004년이 유일하다. 긴 암흑기를 지난 LG는 올 시즌 무려 29년 만에 KS 우승을 차지했다.
박용택 위원은 "10여 년 암흑기를 거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야구가 이런 게 아니구나'하는 걸 구단도 프런트도 느꼈다. 그때부터 하나하나 준비가 잘 됐던 거 같다"며 "지금은 1~2군이 잘 돌아가고 뎁스(선수층)가 두터운 팀이 됐다. 이제는 (우승 전력을 갖춘 만큼) 올해처럼 감동적인 우승은 없지 않을까 한다"며 LG의 우승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올 시즌 LG는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신민재(27)가 서건창(34)을 밀어내고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2년 연속 맹활약한 문보경(23)은 주전 3루수 자리를 굳혔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문성주(26)도 외야 한 자리를 차지했다. 박해민(33) 김현수(35) 오지환(33)을 비롯한 베테랑에 젊은 피의 활약이 더해져 내·외야의 짜임새가 더욱 단단해졌다. 투수 파트도 마찬가지다. 백승현(28) 유영찬(26) 등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혜택을 받은 고우석(25) 정우영(24)을 포함하면 불펜에 생동감이 돈다.
퓨처스(2군)리그에도 양질의 유망주가 적지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망주를 꾸준히 관리, 육성한 덕분에 뎁스가 향상했다. 김경태 LG 투수 코치는 "내년에도 4~5명의 투수 중 두 명 정도는 (잠재력이) 더 터질 거로 생각한다. 백승현·유영찬은 물론이고 (신인 사이드암스로) 박명근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도 내년에 한 단계 올라올 거다. 좋은 선수가 또 나올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뒤 부임한 염경엽 감독은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개막전부터 신인 박명근을 파격적으로 기용했다. 출전 비중이 작았던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투입, 경험을 쌓게 했다. 염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한 건 2023년이었다.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선수들이 지도 방향을 공감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다. 그런 면에서 부임 첫 시즌 해낸 KS 우승의 의미가 남다르다.
염경엽 감독은 "(올해 우승이) 더 큰 자신감을 만들어 주고 멘털적으로도 더 단단한 팀을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 (LG의) 구성은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팀이다. 젊은 선수 한두 명만 더 키워내면 LG가 더 명문구단이 될 수 있고, 우승을 항상 노릴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선수들도 공감한다. 포수 박동원은 "모든 선수가 우리가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겨울에 준비 잘해서 내년에도 우승할 수 있도록 한번 열심히 해보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김현수는 "올라가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려운데 어려운 거 잘 해낼 수 있도록 한 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