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프로축구 K리그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지난 13일 진행한 미디어 간담회에서다. 당시 현장 취재진은 대표팀의 취약점으로 평가받는 좌우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대해 질의했다. 출범 후 매번 비슷한 선수 명단을 꾸린 클린스만 감독에게, 향후 운영을 묻고자 한 것이다. "K리그를 많이 보고 있다"는 클린스만 감독에겐, 어렵지 않은 질문인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좋은 지적이다”라고 반색하면서도,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시선을 끈 건 다음 대목이다. 그는 “지난 6월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4강을 이뤄낸 선수들은 어디서 뛰는지 의문이다. 국내에서 어린 선수가 기회를 받는 건 어려운 것 같다”면서 “18세의 이강인이 K리그에서 뛸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K리그에서 어린 선수가 외면받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항상 선수들의 ‘성장’을 강조하는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서 어린 선수의 출전 횟수가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6개월 전 이강인과, 지금의 이강인은 다르다”면서 그의 성장을 더욱 치켜세웠다. 이강인이 스페인에서 뛰었기 때문에 기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언급한 6개월 전은 이미 이강인이 마요르카(스페인)에서 2년 차 시즌을 마무리하던 때였다. 이강인 역시 1군 무대에 정착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클린스만 감독이 언급한 18세의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긴 출전시간을 소화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FIFA U-20 월드컵에서의 존재감이 더 돋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제대회(월드컵·아시안컵)를 기점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코치진과 머리를 맞대 선수들을 찾는 과정이 즐겁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가 지켜봤다고 주장하는 U-20,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 A대표팀까지 발탁된 건 김지수·김준홍 정도다. 이들은 태극마크를 품었지만, 출전 시간은 0분이다. 이어진 소집 명단에선 자연스레 사라졌다.
성장의 기회는 기존 선수들에게만 주는 것일까. 지난 3월 출범한 클린스만호는 8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한창 K리그 일정이 진행되던 시기와도 겹친다. 충분히 여러 선수를 시험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깜짝’ 발탁은 이순민(광주FC)을 제외하면 없었다. 그런 이순민 조차도, 합계 출전 시간은 60분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 대표팀의 최우선 목표인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까지는 57일밖에 남지 않았다. 부상이라는 변수가 없는 한, 이번 명단이 1월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성장’을 강조하는 그가 어떤 새 얼굴을 발굴해 냈는지 고민해 보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부임 후 최고의 경기로 첫 출항이었던 콜롬비아(2-2 무승부)전을 꼽았다. 이 경기는 어느 때보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의 색깔이 남아있던 시기 아닌가.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에 의문을 드러낼 때, 같은 날 황인범은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K리그에서 활약한 뒤, 미국·러시아·그리스를 거쳐 세르비아 무대에서 뛰고 있다. 황인범은 소집 첫날 “(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한 훌륭한 어린 선수가 정말 많다. 특히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어린 선수 덕에 한국 축구가 발전하고 있다”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