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가 '업그레이드 2.0'을 예고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내년에는 좀 더 단단한 야구가 될 거 같다"고 자신했다. 지난 13일 KS 일정을 마무리한 염 감독은 짧은 휴식을 마친 뒤 주변에 감사 인사를 돌고 있다. 17일에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리는 우승 축승회에 참석한다.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만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내년 시즌 구상도 잊지 않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2023시즌을 돌아보며 "오버해서 했다"는 흥미로운 대답을 꺼냈다. 지난 시즌 뒤 부임함 염 감독은 '뛰는 야구'로 LG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LG는 올해 도루가 166개로 KBO리그 압도적인 1위(2위 두산 베어스·133개)였다. 경기당 1.15개의 도루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지만, 효율성이 높은 건 아니었다. 도루 성공률이 62.2%로 최하위. 염경엽 감독은 "팀의 체질을 바꾸고 두려움과 망설임을 없애기 위한 첫 번째 방법으로 도루를 이용했다"며 "죽어도 괜찮으니까, 공격적으로 하라고 계속 주문했다. 그렇게 하면서 득점이 쌓이고 승리가 추가된다는 걸 선수들이 직접 경험했다"고 말했다.
서울을 연고로 한 LG는 프로야구 대표 인기 구단이다. 하지만 1994년 이후 KS 우승이 멈췄고 2002년 이후 20년 넘게 KS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10년 넘는 암흑기를 거치면서 구단 안팎에는 패배 의식이 쌓였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염경엽 감독은 과거 LG 표 '신바람 야구'를 다시 보여주려면 선수단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도루에서 파생한 자신감은 공·수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KS에서도 팀 컬러는 유지됐다. 시리즈 5경기에서 도루 9개(성공 5개)를 시도, KT 위즈(3개 시도, 2개 성공)를 압도했다. 염 감독은 "선수들이 멘털 쪽으로 한 단계 성장했고 기술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할 거다. 운영도 마찬가지"라며 "올해 KS 우승을 못 했으면 체질을 개선하려고 한 시도가 무리한 실패로 규정될 수 있었지만 성공하면서 내년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사람은 결과가 자신감을 만들어 준다"며 흡족해했다.
LG는 시즌 뒤 이호준 1군 타격 코치가 SSG 랜더스 감독 면접을 봤다. 이 코치의 거취에 따라 1군 코칭 스태프가 약간 바뀔 수 있지만 변화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인 선수는 투수 케이시 켈리, 타자 오스틴 딘과 재계약을 추진한다. 염경엽 감독은 "코칭스태프는 크게 변하는 게 없다"며 "(아담 플럿코가 빠진) 1선발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프런트에서 잘 스카우트 해줄 거로 생각한다"며 웃었다. 투수 임찬규와 함덕주 등이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큰 틀에서의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구성은 '우승 전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험이 더해지면 구단의 짜임새가 더욱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염경엽 감독은 "내년의 부담이 올해보다는 덜하지 않겠냐"며 "KS에서 팬들이 많이 와주시고 관심 가져주셨을 때 만약 우승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도 많았다. 마무리를 잘해 다행이고 행복하지만, 최악의 상황도 생각해야 하는 게 리더"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실수가 잦았던 주루나 도루, 이런 부분의 확률을 올리는 데 집중하겠다. 팀은 (외부 FA 영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