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클린스만의 원톱 주인이 서서히 가려지는 분위기다. 조규성(미트윌란)이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주전 입지를 다질 일만 남았다.
지난 3월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소집 때마다 조규성, 황의조(노리치 시티) 오현규(셀틱) 등 스트라이커 3인 체제를 고집했다. 다만 확실한 주전은 없었다. 셋을 번갈아 뛰게 하며 기량을 점검했다.
대체로 클린스만 감독의 베스트11은 그간 세간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최전방 한자리의 주인은 안갯속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23일 엘셀바도르와 평가전에서 선발 출격한 조규성이 9월 2연전(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에도 스타팅 멤버로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헤더 골로 클린스만호에 첫 승을 안기며 눈도장을 찍었다.
10월 튀니지, 베트남을 상대로도 선발 출전한 조규성은 지난 16일 벌인 싱가포르전(5-0 승)에도 원톱 자리를 꿰차며 황의조, 오현규와 경쟁에서 확실히 앞섰다는 인상을 남겼다.
특히 싱가포르전 활약은 클린스만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기 충분했다. 조규성은 0-0으로 팽팽히 맞선 전반 45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감각적인 패스를 원터치로 마무리하며 0의 균형을 깼다. 득점 없이 후반에 돌입했더라면 경기 양상이 어려워질 수 있었는데, 한국은 조규성의 득점으로 숨통이 트였다. 후반 4분에는 정확한 크로스로 황희찬(울버햄프턴)의 득점을 돕기도 했다.
장점을 가감 없이 발휘한 조규성은 이제 입지를 굳히는 일만 남았다. 한국은 21일 오후 9시 중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2차전에 임한다. 두 달도 채 안 남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할 기회이기도 하다. 조규성에게도 아시안컵 전 축구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자격을 증명할 마지막 시험대다.
분위기는 좋다. 조규성은 클린스만호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이강인과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싱가포르전 결승 골도 이강인의 침투 패스를 조규성이 순간 문전으로 쇄도해 차 넣었다. 공격수와 패서 간 호흡이 맞지 않았다면 나오기 어려운 득점이었다. 황희찬의 헤더 골을 도울 때도 이강인의 드리블을 이어받은 조규성이 크로스를 올렸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강인을 중심으로 공격 전술을 짜는 게 조규성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강인의 최대 강점인 침투 패스와 크로스와 조규성의 장점인 헤더, 마무리 등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조규성과 이강인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가나와 조별리그 2차전(2-3 패)에서도 골을 합작했다. 당시 교체로 피치를 밟은 이강인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조규성이 헤더로 마무리했다. 찰떡 호흡의 시작이었다.
중국전에서도 둘이 손발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규성이 클린스만호의 원톱 자리를 완벽히 차지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