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리 앙리 프랑스 21세 이하(U-21) 대표팀이 한국에 일격을 맞았다. 앙리 감독은 현지 매체와 팬의 조롱과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U-22)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1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프랑스 르아브르 스타드 오세안에서 열린 프랑스 U-21 축구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에서 후반에만 세 골을 몰아치며 3-0으로 완승했다.
한국이 한 살 더 많은 선수들로 꾸려졌단 점을 고려해도 프랑스에는 굴욕적인 한 판이었다. 황선홍호 역시 22세인 2001년생뿐만 아니라 2002년생도 명단에 여럿 포함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경기는 프랑스의 안방에서 치러졌다.
무엇보다 프랑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등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이번 경기에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한국을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하면서 홈에서 영패를 면치 못했다.
특히 X(트위터) 팔로워 677만명을 거느린 축구 매체 Actu Foot은 “경기가 끝날 때 프랑스가 허용한 개그 골”이라며 프랑스의 굴욕적인 마지막 실점을 들췄다. 이 매체는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결과를 알리며 앙리의 굳은 표정이 담긴 사진도 게시했다.
이날 프랑스는 전반 내내 한국의 단단한 수비를 뚫지 못했다. 전반 막판 아르노 칼리뮈앙도(스타드 렌)의 슈팅이 한국 크로스바를 때린 게 가장 위협적인 찬스였다. 후반은 한국의 시간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전병관(대전하나시티즌)을 빼고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을 투입한 황선홍호의 반격이 시작됐다.
한국은 후반 25분 정상빈의 프리킥 득점으로 리드를 쥐었다. 홍윤상(포항 스틸러스)이 얻어낸 프리킥을 정상빈이 처리, 볼이 수비벽을 절묘하게 넘기며 프랑스 골망을 갈랐다. 후반 34분에는 추가 골까지 터졌다. 조현택(울산 현대)이 왼쪽 측면에서 낮게 올린 크로스가 상대 골키퍼와 수비를 모두 지나쳐 뒤로 흘렀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정상빈이 깔끔하게 밀어 넣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매체가 지적한 프랑스의 세 번째 실점이 나왔다. 프랑스 골키퍼가 볼 캐칭을 실수했고,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홍윤상이 볼을 가로채 골까지 만들었다. 이때 프랑스 수문장과 수비수들이 우왕좌왕하며 내주지 않아야 할 골까지 내줬다는 게 현지 지적이다.
앙리 감독은 분노했다. 그는 경기 후 “우린 그런 골을 허용할 여유가 없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실점 장면은 어이없었다. 상대가 중앙에서 패스하도록 두면 안 된다. 축구는 현실적”이라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상대 팀이 당신을 혼낼 기회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오스트리아전보다 투지 면에서 더 나아지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이번 결과는 끔찍하다. 오늘 밤 찬스를 만들고 1대1 상황도 있었지만, 골대를 맞췄다. 오스트리아전보다 더 걱정스럽다”며 우려를 표했다.
비통한 심정을 드러낸 앙리 감독이지만, 비판을 피하진 못했다. 한 팬은 “좋은 선수였다고 모두가 좋은 코치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팬은 “앙리 감독이 전술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앙리 감독은 지도자의 길을 걸은 후 뚜렷한 성과를 낸 적이 없다. 그는 과거 EPL을 넘어 세계적인 공격수로 인정받았고, 팬들은 감독으로서도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앙리 감독이 세계 무대에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에 패하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반면 황선홍호에는 매우 의미 있는 한판이 됐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9월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면면은 다르지만, 올림픽 개최지인 프랑스에서 홈팀을 꺾은 것 자체로 팀이 자신감을 얻게 됐다.
정상빈의 부활도 반가운 소식이다. 정상빈은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최종예선 등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아 5경기에 나섰다. 6경기 만에 멀티 골을 작성하며 황선홍호의 새로운 해결사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프랑스에 굴욕을 안긴 홍윤상도 국내 무대에서의 맹활약을 연령별 대표팀에서 이어가면서 상승 기류를 제대로 탄 모양새다.
황선홍호는 오는 2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AFC U-23 아시안컵 조 추첨식을 통해 파리 올림픽을 향한 여정을 이어간다.
한국은 지난해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포트 2에 속했다. 포트 1엔 개최국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일본이 포진했다. 조 추첨은 16개 팀이 4개의 포트로 나뉜 뒤, 포트별로 한 팀씩 같은 조에 속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하는 AFC U-23 아시안컵은 내년 4~5월에 열린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파리로 향할 수 있다. 한국은 내년 파리 올림픽을 통해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