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를 향한 울산 현대 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울산시가 문수축구경기장 3층 관중석 일부를 철거해 유스호스텔을 건립하는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3층 관중석 최소 5000석을 철거하고 1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인데, 팬들은 무의미한 세금 낭비 행태일 뿐이라며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비 190억원(추정)을 들여 문수축구장 내 3층(연면적 4100㎡)을 증축, 유스호스텔 46실 등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김두겸 울산시장의 공약 중 하나로, 최근 울산연구원을 통한 타당성 조사 용역까지 마친 상태다. 현재는 경기장 일대 체육공원에 지정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김두겸 시장이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을 만나 직접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고, 원 장관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 인허가 등 절차를 거쳐 경기장 내 공사가 진행된다는 게 울산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수축구장 내 유스호스텔을 건립하는 건 10년 전인 민선 5기 때도 추진됐던 사업이다. 당시엔 경기장에서 축구 종목만 열리는 데다 경기장 입장객 수도 적어 축구장 이용률 제고의 일환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민선 6기 출범 직후 효율성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이 백지화됐다가, 이번 민선 8기가 들어선 뒤 주변 환경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 숙박시설 부족문제 해소 등을 명목으로 10년 만에 다시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정작 문수축구장을 찾는 K리그 팬들 입장에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점이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이번 사업이 추진되면 관중석이 최소 5000석이 줄어드는 데다, 숙소가 지상 20m 높이에 건립되는 만큼 안전성 등도 우려가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기장 인근에 상업시설마저 거의 없는 상황에 유스호스텔이 들어선다고 해도 이용률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굳이 190억원을 들여 관중석을 철거하면서까지 유스호스텔을 건립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주목적이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다.
실제 올해 문수축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무려 31만 7352명으로,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1만 7631명이다. FC서울에 이어 K리그 전체 2위다. 지난 9월 전북 현대와의 ‘현대가 더비’ 땐 무려 3만 756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10년 전 울산의 평균 홈 관중은 8834명, 유료 관중만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과 2019년엔 각각 평균 7523명과 9692명이었다는 점을 돌아보면 눈에 띄는 상승폭이다. 최근 기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문수축구장을 찾는 관중 수는 더 많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관중석을 대거 철거하면서까지 유스호스텔을 건립하겠다는 울산시의 계획은 울산 팬들 입장에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현재 문수축구장 수용인원은 3만 7897명이다.
울산시청 게시판 시민다듬이방에도 “적자개선을 위한 수익성 모델 발굴이라고 하는데, 정말 세금 낭비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건설하고도 안전성에 위험이 따르고 관중석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그린벨트 해제와 건설에 따른 이권개입이 있을 수 있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시장은 건설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문수구장의 유스호스텔은 흉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유스호스텔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라”는 제안글이 올라왔다. 나흘 만에 담당 부서 답변(30명 이상 공감)과 토론장 의제화(200명 이상) 기준을 훌쩍 넘는 700여개의 공감을 받았다.
울산의 한 팬도 “수익성 증가를 위해 증축한다는 게 명목이지만, 사실 문수축구장 근처엔 연계할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하다. 요즘엔 경기를 보기 위해 3층 관중석에도 팬들이 찾아오고 있다”면서 “문수축구장 3층에 유스호스텔을 건축하면, 아무리 보강공사를 한다고 해도 20년이 넘은 대형 콘크리트 건축물에 예정과 다른 설계를 올리다 보니 대형사고의 위험성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팬들의 비판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유스호스텔 건립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우선 그린벨트가 해제돼야 하고, 그다음 인허가 등 절차를 진행한 뒤에야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지금은 체육공원 전체에 대한 관리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고, 행정절차도 간소화하기 위해 그린벨트 전체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체육공원 전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사업을 검토하고 있고, 그 안에 유스호스텔 건립이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처음 검토했을 땐 기존 관중석의 8000석을 철거해야 한다고 봤지만, (유스호스텔) 하부 공간 높이가 사람 키보다 높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것으로 파악돼 5000석 정도만 철거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 안전성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사업 초기 단계부터 구조물을 상부에 올렸을 때 안전성이 확보되는지를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검토가 끝났다. 저희도 팬들의 의견을 잘 알고 있어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다. 팬들의 목소리는 신중하게 듣고 있고, 팬들뿐만 아니라 구단 의견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울산시에서 관심을 가지고 경기장을 리노베이션 하려는 의지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계획안은 우리 경기장에 관중들이 적을 때 상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관중들도 많고 좋아진 상태”라며 “(유스호스텔이 아닌) 다른 방식의 투자로 경기장을 더 랜드마크화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지에 대한 의견이 구단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울산시와도 계속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