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팬들의 ‘비매너’ 사례는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클린스만호는 중국 팬의 일방적인 응원 공세, 거친 플레이 속에서도 손흥민의 멀티 골로 응수했다. 한 차례 실수를 제외한 무난한 경기 운영을 펼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24위)은 21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광둥성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중국(79위)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에서 2-0으로 앞선 채 전반전을 마쳤다.
이날 경기는 지난 2017년 이후 6년 만에 중국에서 열리는 A매치,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 센터에는 4만 관중이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망대로 중국의 거친 플레이는 여전했다. 그런데 중국 팬들의 ‘비매너’는 킥오프 전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경기 전 한국의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는데, 박자라도 맞춘 듯 기습적인 야유를 퍼부었다. 한국 선수들은 이를 의식한 듯 더욱 목청 높여 애국가를 제창했다.
경기 중엔 중국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가 이어졌다. 거친 태클로 악명 높은 웨이 시하오는 물론, 전방에 배치된 탄 롱도 기습적인 몸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견제를 이겨내는 데엔 10분이면 충분했다. 먼저 빛난 건 황희찬이었다. 그는 9분 장 린펑 앞에서 자신 있게 드리블을 시도한 뒤, 박스 안으로 스루 패스를 건넸다. 침투에 성공한 조규성의 슈팅은 막혔으나, 두 선수는 공을 마지막까지 추격했다. 이 과정에서 황희찬이 중국 수비수 장 셩롱에게 걸려 넘어졌다. 장면을 목격한 주심은 페널티킥(PK)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건 손흥민. 그는 왼쪽으로 차 넣으며 깔끔하게 선제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A매치 40호 골. 손흥민은 득점 직후 ‘쉿’ 세레머니를 펼치며 중국 팬들의 야유에 응수했다.
실제로 중국 팬들은 잠시 침묵했지만, 이내 열띤 응원을 펼쳤다. 비매너는 또 나왔다. 전반 27분 황인범이 장거리 프리킥을 처리하려 하는데, 팬들은 그를 향해 레이저를 쐈다. 황인범은 이에 개의치 않고 강력한 프리킥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 왼쪽으로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다.
중국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는 또 나왔다. 전반 38분에는 장 셩롱이 무릎으로 황인범을 막아섰다. 파울 판정이 나왔는데, 옐로카드까진 나오지 않았다. 이어 황희찬은 류 빈빈과 충돌한 뒤 허리를 부여잡기도 했다. 중국의 전반전 7번째 파울이었는데, 옐로카드는 1장도 없었다.
한편 42분 한국도 아찔한 상황을 맞이했다. 후방에서 이기제와 김민재가 패스를 주고받다가 류 빈빈에게 공을 뺏겼다. 류 빈빈은 박스 안 탄 롱에게 공을 건넸는데, 그의 오른발 슈팅은 이번에도 옆그물로 향했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곧바로 추가 골을 넣었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그는 전반 44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이 슈팅은 골키퍼에 막혔지만, 직후 코너킥 공격에서 이를 만회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의 크로스를 머리로 연결해 중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A매치 41호 골. 평소 헤더를 즐기지 않는 손흥민이 오랜만에 머리로 골을 넣은 순간이었다.
추가시간은 3분, 중국은 거친 플레이만 선보였지만 반전은 없었다. 한국 선수들의 여유로운 운영이 돋보였다.
한편 공식전 5연승에 도전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에도 4-4-2 전형을 내세웠다. 조규성과 손흥민이 전방에 서고, 황희찬과 이강인이 측면을 맡았다. 중원은 황인범·박용우. 백4는 이기제·김민재·정승현·김태환,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이에 맞선 알렉산드르 얀코비치(세르비아) 중국 감독은 5-4-1 전형으로 맞섰다. 전방에 탄 롱이 섰다. 이어 우레이·웨이 시하오·왕 샹위안·우 시가 뒤를 받쳤다. 수비진은 류양·주 천제·장 셩롱·장 린펑·류 빈빈, 골키퍼 장갑은 옌 쥔링이 꼈다.